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

by 애프릭

서울은 <귀멸의 칼날>을 용인과 극장에서 봤다. 용인은 이미 봤다. 한번 더 본다기에 기꺼이 따라갔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 하나 하나가 같이하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 <귀멸의 칼날>을 알게 된 것은 당근 마켓에서 중고 만화책을 구하면서다. 판매자가 멀리 있어 차로 데려다줬다. 입사 면접에서 <귀멸의 칼날>을 예찬하는 지원자가 있었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판을 챙겨봤다. 그 시작이 초등학생 쯤이었으니 십여 년을 함께 한 셈이다.


용인은 4DX 상영관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3D 안경을 쓰는 곳인가 하며 비싼 가격을 결제했다. 예상이 어긋난 것은 영화가 시작하고 채 1분이 지나지 않아서다. 의자가 움직였다. 그것도 격렬하게. ‘무한성’이라는 제목처럼 무한으로 확장되는 공간에서 주인공이 추락하고 서울의 몸도 앞으로 고꾸라졌다. 누가 맞을 때마다 의자가 흔들리며 등판이 서울의 등을 때렸다. 물의 호흡 검법이 펼쳐지면 사방에서 물이 튀었다. 옆에 둔 콜라가 진동으로 튀는 건지, 앞 의자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건지 정신이 혼미했다. 2시간 30분 동안 무한으로 청룡열차를 타는 셈이다.



파란 도깨비(아카자)는 상대의 동작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귀살대만 지쳐갔다. 그는 살기를 감지해 타격 지점을 예측한다. 유일한 방법은 살의를 내려놓는 것이다. 주인공 탄지로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보여준 무아의 경지를 떠올렸다. 그는 무사가 아니지만 검무로 경지에 올랐다. 전사로서 의무를 다하되 분노하거나 기뻐하지 말라는 바가바드 기타의 가르침과 비슷하다. 주인공이 깨닫고 서울도 깨달았다. 팔에서 힘을 빼고 의자에 몸을 맡겼다. 더 이상 움직임을 예상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 나비의 검사 시노부의 투지와 수주 기유의 각성까지 받아들여 영화가 끝날 때쯤 의자가 두렵지 않게 되었다.


자신감을 얻은 서울은 월미도 디스코 팡팡에 도전했다. 짧은 치마의 여성들이 바닥에 뒹구는 짤이 도는 그 놀이기구다. 예상대로 DJ는 젊은 여자들에게 주목했고 웃음과 괴성이 터져 나왔다. 원반 위의 세상을 주무르던 DJ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것은 원반이 돌고 2분이 지나서다. 초로의 남성이 편안하게 앉아 있다. 그는 긴장하지도 버티지도 않았다. 원반이 튀면 그도 튀고 내려가면 그도 내려갔다. 오기가 생긴 DJ가 속도와 강도를 올려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2명의 주에게 전수받았다. 물아일체의 경지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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