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용인의 진로 상담이 있었다. 광주가 출장 중이어서 서울이 갔다.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도록 이발소에 갔다. 예의 그 이발소다(유튜브 편 참조). 올해 처음 재킷을 입었고 갖고 있는 시계 중에 제일 좋은 것을 찼다. 전문 상담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교실에 모여 설명을 들었다. 아빠 학부모는 서울이 유일하다. 용인은 세상의 모든 권위에 짓눌리는 경향이 있다. 진로 상담을 무슨 면접 보듯이 기다린다. 용인의 꿈은 군인이었다. 지금은 판검사로 바뀌었다. 갑자기 정의로운 사회를 꿈꿔서라기보다 힘이 세 보여 그럴 것이다. 분명 어떤 만화 주인공이 영향을 미쳤다.
희망 직업을 판검사라고 하기는 계면쩍었는지 공무원이라고 했다. 희망 학과도 법학과 대신 행정학과로 적었다. 그래서 상담은 산으로 갔다. 선생님이 에둘러 말한 것을 정리하면 인서울은 힘들고 천안까지 밀린다는 것이다. 분발하라고 한 말이겠지만 전라도 해안을 생각했던 서울은 안도했다.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의 차이, 19부 6처 19청 6개 위원회로 구성된 2025 정부 조직도, 학생부 종합 전형을 위해 봉사활동 경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을 듣던 중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서울은 군 생활을 해안 소초에서 했다. 운이 좋은 날은 문어를 먹었다. 그 날도 바위틈에서 한 마리를 잡았는데 문어가 애원을 했다. 자기를 풀어주면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순진한 서울은 그 말을 믿었고 바다로 돌아간 문어는 수면에 글자를 적었다.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다. 담배 연기의 도넛 같은 모양으로 어느 것은 왼쪽이 끊어져 있고 다른 것은 오른쪽이 끊어져있다. 사라지는 먹물을 바라보다 서울은 환영에 빠졌다. 결혼식장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산부인과 복도를 서성거리더니 장면이 바뀌어 어린 소녀와 뛰놀고 있다. 그 소녀는 곧 성인이 되고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의 직원일 수 있고, 드라마 <비밀의 숲>에 나오는 여검사의 이미지와 닮았으며, 국정원의 블랙요원처럼 보이기도 하다. 이걸 왜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정장을 입은 채로 집에서 뒹굴지는 않을 테니 직장을 구한 것이 틀림없다.
상담을 마친 용인은 풀이 죽어 있었다. 기시감을 말해줄까 하다가 참았다. 자기 혐오, 세상에 대한 분노, 열등감, 질투심은 피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더 낫지도, 자기가 더 나을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말해줘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