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이 아니라 오프닝이었다
재수 1년
약대 4년
의학전문대학원 4년
인턴 1년
전공의 4년
군의관 3년
도합 17년...
그렇게 의사를 향한 긴긴 여정이 끝나고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해피엔딩을 볼 줄 알았지만
현실은 토요일 오후까지 근무하며
집-병원-집-병원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거울 속엔
축 늘어진 어깨와 보기 싫은 뱃살을 가진
아저씨만 남아있었다.
사회생활이라곤
의대 동기 카톡방에서
매일같이 '의사 되면 ~할 줄 알았지'같은
푸념 섞인 대화가 전부.
바쁜 일상 속에서 다 같이 시간 맞춰 만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소심한 성격에
환자의 경과가 안 좋으면
하루 종일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불안한 마음에 잠 못 드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무기력, 우울감에 전문의 상담도 받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문제인 걸까?
의사가 되면 만사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한평생 하라는 공부만 했을 뿐
내 삶에 대해
직접 생각하고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공부하고 정리노트를 만드는 것 밖에 없어서
이제 이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며
마음의 문제를 풀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새로운 목표가 생긴 느낌에
설레는 마음도 생기는 듯하다.
지금까지는 오프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