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배우는 리더십

압도적 실력, 심리적 안전감, 본질에 대한 집착

by 소뚱파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화제였습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응급 의료 현장, 피 튀기는 수술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백강혁(주지훈 분)’이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서번트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카리스마 리더십’ 같은 많은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이론적 정의가 있지만 굳이 백강혁의 리더십을 명명하면 날 것의 리더십(Raw Leadership)이 가장 적확해 보입니다. 드라마 속 백강혁은 그 어떤 고상한 이론보다 더 날것의, 그러나 지금 기업 현장에 가장 절실한 리더십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지요.




압도적 실력: 리더십의 권위는 ‘직함’이 아닌 ‘손끝’에서 나온다.

드라마 초반, 백강혁은 기존 의료진들에게 환영 받지 못합니다. 괴팍한 성격과 제멋대로인 행동이 동료들에게 불편을 주곤 했지요. 하지만 그가 리더로서 인정받는 순간은 말싸움에서 이겼을 때가 아니라, 남들이 포기한 환자를 살려냈을 때입니다. 그는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수술을 모두 집도할 수 있는 소위 ‘전천후 의사’ 입니다. 굳이 기업 현장과 비교하자면 사람관리, 성과관리, 팀워크 모두에 능한 비현실적 리더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직급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지만, 작금의 젊은 구성원들은 ‘실력 없는 상사’를 리더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백강혁처럼 실무의 디테일을 꿰뚫고 있고, 가장 어려운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내는 ‘워킹 팀장’형 리더만이 팀원의 존경을 이끌어낼 수 있지요. “나를 따르라”는 말은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직무 전문성에서 나온다는 걸 명심해야 됩니다.


심리적 안전감: “책임은 내가 진다, 너는 수술만 해”

백강혁의 가장 큰 매력은 ‘방패’로서의 역할입니다. 그는 병원장이나 기획조정실장이 수익성을 이유로 사사건건 시비를 걸 때, 팀원들을 그 정치판에 끼어들게 하지 않습니다. 최근 조직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은 실수를 용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외풍으로부터 팀을 보호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팀원인 양재원이나 천장미 간호사가 오직 ‘환자를 살리는 일’ 에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백강혁이 병원 수뇌부의 압박을 온몸으로 막아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조직은 어떤가요? 위에서 내려오는 불합리한 지시를 팀원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지 않은가요?, 아니면 그 압력을 적당히 필터링하여 팀원이 직무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백강혁은 어떤 게 진정한 리더의 역할인지 그 답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본질에 대한 집착: 성과 목표를 넘어서는 ‘업의 본질’

병원 경영진에게 중증외상센터는 ‘적자 덩어리’ 입니다. 하지만 백강혁은 “환자를 살릴 때마다 적자가 쌓인다고? 그럼 더 많이 살리면 되잖아” 라며 단순하고도 무식한 해법을 내놓습니다. 이는 단순한 억지가 아닙니다. 병원의 존재 이유(Mission)가 ‘수익’이 아닌 ‘생명’에 있음을 꿰뚫는 통찰이지요. 기업 현장에서도 수많은 성과 목표(MBO, KPI, OKR) 프로세스들이 때로는 본질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 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객 만족’을 외치면서도 당장의 비용 절감 때문에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비일비재하지요. 백강혁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그의 리더십은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Why)을 놓지 않는 데서 출발합니다. 구성원들은 복잡한 수치보다, 이처럼 명확하고 가슴 뛰는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를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팀의 존재 목적이 팀원을 하나의 목표로 견인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하드 트레이닝과 성장: 미워도 떠날 수 없는 ‘성장 조직’

백강혁은 친절한 멘토의 유형은 아닌것 같습니다. 아니 그가 보여주는 과격함(드라마라 어쩔 수 없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은 현실 세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가 될 소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첫 제자 양재원을 납치하다시피 데려와 혹독하게 굴리죠. 하지만 양재원이 결국 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자신이 ‘진짜 의사’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백강혁은 양재원에게 단순히 지시하는 것을 넘어, 집도의로서 판단할 기회를 주고 그 결과에 대해 피드백과 피드 포워드를 합니다. 그 바쁘 시간을 쪼개어 팀원과 1on1까지도 하는 장면은 현실 리더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요즘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보다 ‘성장의 정체’라고 합니다. 비록 몸은 고달파도, 이 리더와 함께하면 내 커리어가, 내 실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 그것이 백강혁이 보여주는 육성 및 지지의 리더십입니다. “너를 1인분의 몫을 하는 전문가로 만들겠다”는 그의 약속은 그 어떤 복지 혜택보다 강력한 동기유발이 됩니다.


에필로그: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일한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시스템의 부재를 탓하기보다, 그 부재를 메우는 사람들의 치열함을 조명합니다. 현실의 기업 환경도 완벽할 수 없을 겁니다. 예산은 언제나 부족하고, 경쟁사는 치고 올라오며, 경영진의 실적 압박이 날이 갈수록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지요. 팔로워들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때 필요한 리더는 불평하는 평론가가 아닙니다. 백강혁처럼 피가 흥건한 수술복을 입고 현장에 뛰어들어, “내가 책임질 테니 일단 살려보자” 라고 외치는 ‘야전 사령관’ 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조직에는 이 ‘미친 열정’을 가진 리더가 있는지 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미친 리더십이 부하직원에 미친 영향력을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리더십은 교과서가 아닌, 치열한 현장 속에 있음을 백강혁 센터장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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