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래 보자

2025/5/6

by 말하자면

#1 우리 오래 보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어.

언젠가 그녀가 말했다. 그는 생각했다. 오래 본다, 이 얼마나 오랫만에 들어본 표현인지. 많은 사람들과 빠르게 만나고 빠르게 헤어지는 삶에 너무 익숙해져 가고 있었던 탓인지, '오래 보자' 이 낯설지 않은 낯선 표현이 그 후로 계속 그의 머리 안에 맴돌았다. 난 너무 인스턴트같이 살고 있었어.


#2 두번째 단어, 인연.

이 단어도 그녀가 말했다. 그는 생각했다. 어떤 단어도 '인연'만큼 복잡한 여러 의미를 담고 있기도 쉽지 않지. 심지어 영어로 번역은 불가능해. 사전에는 한 단어로의 번역은 불가능하니 각자의 상황에 맞춰 알아서 쓰라고 나오는데, fate (운명적으로 맺어진 관계), destiny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만남), connection (관계 혹은 연결), karma (불교적 의미에서 원인과 결과) 등 여러가지 번역이 있어. 만일 우리가 인연이라면, 어느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릴까?


#3 인연은 알아 볼 수 있을까?

인연이 될 사람을 알아보는 건, 쉽게 이루어지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지. 찰나에 느끼는 감정들과 교차하는 생각들이 상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이 꼭 영원히 진실인 것도 아냐. 가끔은 어긋나고, 가끔은 부딪히고, 가끔은 눈물흘리면서 진실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처음 만날 때는 인연이라고 생각했으나 어긋난 인연이 되는 경우도 있고,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어느새 가까이 들어와 버린 인연도 있어. 인연이 궁극적으로 어떤 것이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지.


#4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그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인연을 만난 것 같아.

그는 다시 생각했다.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어.

글을 끝내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우리 오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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