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와 감정의 전이에 대한 단상
#1 거울신경세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할 때, 마치 내가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뇌에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입니다. 1990년대 이탈리아의 어느 과학자가 원숭이 실험을 통해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상대방을 관찰만 해도 뇌가 ‘행동을 모방‘하는 것과 같은 신경활성반응을 보이는 거지요. 누군가 사과를 집어드는 모습을 보면 내 뇌의 운동피질이 ‘마치 사과를 드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입니다.
#2 누군가에게 애착을 가지게 되면 무의식중에 말투를 따라 하고, 카톡체를 따라하고, 옷도 비슷하게 맞춰 입으려 하는 것도 거울신경세포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서로간에 애정을 가지고 긴 시간을 지켜보아 말투 하나 몸짓 하나의 의미까지 이해하게 된 상대라면, 굳이 상대의 행동을 눈으로 관찰하지 않아도 거울신경세포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상대의 행동과 표정이 눈에 선하게 그려질 정도로 익숙한 상태가 될 때 그렇습니다.
#3 거울신경세포가 가끔 이런 걸 알려줄 때가 있습니다. 그사람이 아프다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외롭다고, 도와달라고. 깊은 애정을 가진 상대라면 내 안의 거울신경세포의 공명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이 아프고, 힘들고, 외롭고, 도움이 필요하면, 나도 아프고, 힘들고, 외롭고, 도움이 필요하게 되는 걸 아니까요. 그 세포는 내 안에 있어, 나에게도 같은 증상을 같은 통증을 만드니까요. 그래서, 타인의 일이지만 외면하기보단 어쩔 수 없이 개입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4 그사람보다는 맷집이 좋은 내가, 그사람의 ‘걱정인형’이 되어주겠다 마음먹을 때가 있습니다. 삶의 많은 문제들이야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분이 가장 크지만, 그래도 나는 그사람이 걱정을 털어놓고 도와달라 하고 위로해달라고 떼쓰듯 말해도 왠만한 건 다 들어줄 수 있는 그사람만의 걱정인형이 되어 그사람의 짐들을 나눠 들어주고 싶습니다. 그게 내 안의 거울신경세포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일이니까요.
#5 거울신경세포 때문인지 누군가를 깊이 알아가게 되면 자주 그사람의 꿈을 꿉니다. 꿈 속에서 그녀는 대부분 하이톤의 밝은 목소리와 꺄르르꺄르르 하는 귀여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꿈자리가 매우 사나웠던 악몽을 꾼 적이 있는데 제가 꿈을 꾼 바로 그 시간부터 많이 아팠다더군요. 에너지의 주파수가 비슷해서 우린 공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느껴지는 순간이 많기에, 미세한 떨림의 차이, 침묵의 의미 등을 무의식적으로 분석해서 그사람의 일기예보가 자동적으로 마음 속에 작성되고 있었나 봅니다.
#6 누군가의 상태를 귀신처럼 알아채는 거울신경세포를 가지는 일, 그사람이 걱정으로 심신이 다 털린 샌드백이 되기 전에 내가 그사람의 걱정인형이 되어 주는 일, 그사람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꿈들이 예지해주는 것 - 지나친 몰입처럼 느껴져서 피곤한 순간들도 있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마음 속에 둘 수 있기에 가질 수 있는 기쁨이라 생각해서 살아가는 동안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소중한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