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음식이 가장 많이 상하는 곳은 ?

타성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

by 죠니야

음식이 가장 많이 상하는 곳은 어디일까? 대부분 덥고 습한 곳을 생각한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도 냉장고라고 한다.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려 만든 냉장고가 가장 많이 상하게 하는 장소라니! 그렇다. 덥고 습한 곳에는 아예 처음부터 음식을 두지 않거나 두더라도 금방 옮긴다. 하지만 냉장고에 넣어두면 사람들은 일단 안심하고 신경 안 쓴다. 그러다 음식이 상하는 것이다. 타성에 빠지는 것이다.

타성에 빠진 국가나 조직은 조용하고 편안하다. 그렇게 망한다. 반드시! 혁신하지 않는 나라나 조직은 혁신하는 세력에 패배하게 돼 있다. 역사를 보면 이런 사례가 무수히 나온다. 그래서 역사를 거울이라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학교에 근무했던 적이 있었다. 그 학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졌고 그 지역 웬만한 명사들은 모두 그 학교 출신이었다. 명문 학교다 보니 부임하는 교장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정년퇴임 직전 선생들이었다. 다 그렇지는 않았지만, 나이 많은 퇴임 전 교장들은 어지간해서는 혁신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역사회 눈치, 동창회 눈치, 학부모 눈치나 보면서 적당히 임기만 채우고 떠났다. 이런 자세는 교사와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교사도 학생들도 그저 옛날식대로 타성대로 했다. 너무 편하고 조용했다. 괜찮은 교사가 뭐라도 하려 들면 "왜 튀려고 하느냐!"란 소리만 들었다. 열심히 해서 성공하면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됐고 실패하면 고스란히 책임을 뒤집어썼다. 차츰 유능하고 의욕적인 교사들은 떠났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타성대로 시키는 대로만 했다.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실패하면 학교 책임이라 하면 됐다. 동창회나 지역사회에서 나름 많은 지원을 했다. 하지만 학교 발전이나 내실 있는 프로그램의 실행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보기에 그럴싸한 겉치레 시설 만드는 데만 투자됐다. 이런 장식용 시설들은 몆 년 지나면 반드시 애물단지가 됐다. 쓰임새도 별로 없으면서 관리 비용만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철거할 수도 없다. 하루가 다르게 속은 썩어 들어가는 데 타성에 젖은 구성원들만 모르고 있다.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만 계속될 뿐이다.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교육 전체의 문제고 대한민국의 미래의 문제다.

조선이 왜 망했을까? 도산 안창호 선생이 왜 눈물을 뿌리며 한반도를 떠났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케 세라 세라(Que sers s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