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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는 사람, 치는 사람

싸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치는 사람이 있다.

by 죠니야

푸세식 화장실을 쓰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다니며 똥을 푸던 사람들이 있었다. 똥바가지, 똥지게, 똥통 삼종세트를 가지고 다니며 한 통에 얼마하고 흥정하기도 했고 가끔은 더 펐다. 덜 펐다. 하며 주인아줌마와 싸우기도 하곤 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한 이야기다. “ 옆 동네 사는 친척 언니 집으로 마실을 갔는데 마침 거기서 열심히 똥 푸는 사람이 있어서, 봤더니 바로 옆집 애기아빠야! 하도 반가워 ‘00아빠 아닌가?’ 하고 아는척했더니 ‘ 00아빠 아니에요! ’ 하고는 후다닥 등돌려 가버렸어! ” 그러면서 할머니는 “ 아유! 늙은이가 너무 주책없는 짓을 했어! 00아빠가 얼마나 무안했을까? 그렇게 더럽고 힘든 일을 하며 열심히 사는 젊은이, 그냥 모른 척해줘야 하는 건데 그런 생각도 못했으니, 나이 다 헛먹었어! ”

이제는 거의 수세식 화장실을 쓴다. 우리가 싼 똥은 정화조에 모았다가 때가 되면 청소업체 분뇨수거차가 와서 퍼간다. 옛날처럼 삼종세트를 가지고 다니며 푸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더럽고 힘든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 있다는건 마찬가지다. 결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싸는 사람 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옛날에 비해 똥 푸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원해서 똥 푸겠다 하는 사람은 없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선호 비선호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생각해야 할 건 있다. 무엇이든 다른 사람이 싼 걸 치워주는 사람은 참 고마운 사람이고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런 걸 우리 청소년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직업 체험을 시키는 시간이 있다고 들었다. 가능하다면 청소업체의 분뇨수거체험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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