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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그 아픈 이야기

내가 개를 키우지 않는 이유

by 죠니야

나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알러지다. 개털 알러지가 심해 실내에서는 개를 키울 수 없다. 다음으로는 배신 트라우마다. 물론 개가 배신한 게 아니다. 내가 배신했다.

40여년 전 군에서 막 제대 후 집안 잡일이나 하며 할 일 없이 지낼 때였다. 당시 우리 집에는 10여 년간 키우던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요즘 애완견 마냥 무슨 족보가 있는 개가 아니었다. 좋게 말하면 시고르자브종, 소위 X개였다. 그래서 이름도 그냥 누렁이였다.

누렁이는 마당 구석 허름한 개집에서 사람들이 먹다 남긴 잔반을 먹으며 잘살았다. 나이가 들자 누렁이에게 병이 생겼다. 밥도 못 먹고 비실비실 대더니 나중에는 온몸의 털이 다 빠지고 엄청난 악취를 풍겼다. 애완견 병원이 있던 때도 아니고 있다해도 비싼 병원비까지 내면서 치료할 형편도 안됐다. 그냥 죽을 때까지 놔둘 뿐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갖다 버리라는 엄명을 내렸다. 워낙 서슬퍼런 가부장의 명령인지라 감히 거역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한 병으로 뼈만 앙상해진 누렁이를 푸대 자루에 넣고 주둥이를 묶어 자전거 싣고 집에서 한 참 떨어진 바닷가에 가 물이 들어오는 쪽으로 던졌다. 불쌍한 누렁이는 죽음을 예감했는지 미동조차 없었다. 소리도 못 질렀다. 혹시라도 누가 보지 않았을까! 누렁이가 푸대에서 나와 쫒아오지 않을까! 황급히 패달을 돌려 돌아왔다. 깨갱 소리 한번 못내고 푸대 속에서 죽은 누렁이! 주인이 그렇게 배신할 줄 꿈에라도 알았을까?

이후 나는 절대로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전에 없던 알러지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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