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과 부지피 부지기(不知彼 不知己 )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고 승승장구하던 맥아더에게 중국군이 개입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러나 맥아더는 그 정보를 무시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돼도 무시해 버렸다. 원시적인 장비와 무기밖에 없는 중국군이 어떻게 막강한 미군에게 덤비겠느냐?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중국군의 개입 증거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맥아더에게는 오로지 한만 국경으로 진격하는 미군의 승전 소식밖에 없었다. 게다가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을 통하여 10여 년의 실전경험을 쌓은 중국군 실력도 무시했다. 막강한 미군의 장비와 공군의 감시를 피해 깜깜한 야간에만 몰래 미군과 한국군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중국군은 초인적인 전투력으로 한미 연합군에게 ‘장진호 전투’라는 뼈아픈 비극을 안겼다.
맥아더는 세 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었던 확증편향이었다. 둘째는 잘 훈련된 중국군에 대한 근거 없는 멸시와 자만심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셋째는 바로 아군인 한미 연합군 특히 한국군의 무력함을 몰랐다. 당시 미군 일선 지휘관은 “ 한국군은 유전적으로 중국군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 ” 라고 까지 말했다. 맥아더는 적도 나도 몰랐다. 태평양 전쟁의 영웅이 한국전에서 패배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