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렇게 끝날 건데 괜히

마음 속 앙금은 께끗히 풀어버리자.

by 죠니야

50년 전 국민(초등)학교 5, 6학년 때 일이다. 우리 반 81명의 산수(수학) 시험 평균이 92.5가 나왔다. 아마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일 것이다. 국민학교는 의무교육이라 모든 아이가 다 학교에 다녀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 지적 수준이 아주 다양하다. 한 반에 영리한 영재 아이도 있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도 1-2명은 있고 그보다 조금 나은 경계선 아이들도 5-6명 정도는 항상 있다. 이 친구들은 아무리 공부해도 2, 30점을 못넘는다. 반 평균 92.5면 이런 학생 6-7명을 제외한 90% 이상의 학생들이 100점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이게 말이 되나? 그 때 학교에서는 우리 반 담임은 학생들에게 미리 시험문제를 알려준다. 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차라리 소문대로라면 좋았다. 거의 모든 학생이 100점을 받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당시 담임의 교육 방법은 단순했다. “ 할 때까지 두들겨 패는 것이었다. ” 매일 마지막 시간에는 어김없이 쪽지 시험을 보고 점수에 따라 매를 맞았다. 점수가 생각보다 더 낮게 나온 날에는 가혹한 기합을 먼저 받고 다음에 매를 맞았다. 마지막 시간 책걸상을 일제히 뒤로 밀고 모든 학생이 줄서 점수대로 발바닥을 맞았다. 100점 아니면 다 맞았다. 점심시간 다른 반 학생들은 운동장 나가 축구를 하거나 교실에서 떠들며 노는데 우리 반은 점심 먹은 후에는 한 명 예외없이 공부하기 바빴다. 그래야 한 대라도 안 맞았다. 2년을 거의 그랬다. 그렇게 자란 우리가 괜찮으면 이상한 거다. 환갑 넘은 지금까지 가끔 발바닥 맞던 생각이 나 몸서리가 쳐지기도 한다. 그 당시 우리 반 친구들 대부분은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선생도 괜찮은 면 있다. 하지만 교육자로는 최악 중 최악이다. 다른 선생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부모들이야 몰라 그렇다 치고, 교장, 교감, 원로교사, 부장교사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했나? 왜! 반 평균 92.5라는 점수에 대해 어느 한 사람 의문을 갖지 않았나? 왜! 그런 교육 안 된다고 누구 하나 얘기하지 않았나?

몆 해 전 그 때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옛 추억을 되새기면서 담임에 대한 엄청난 성토가 있었다. 그러다 한 현명한 친구가 “ 수십 년 전 죽은 사람. 이제, 그만 욕하자! 그냥 풀어버리자! ”

3~4초간 침묵이 흘렀다. 곧 ‘와하하’ 폭소가 터졌다. 이렇게 웃음으로 끝날 일이었는데 그동안 마음속에 앙금을 쌓고 우리 스스로를 해치고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도 패키지로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