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카드 속에 묘산이 들어있었다.
1951년 7월 한국전쟁 휴전회담이 처음 열렸을 때 중국 측 수석 대표는 덩화(鄧華)였고 실질적주도는 쉐팡(解放)이 했다. 이때 회담장에서 중국 대표들의 담배나 물심부름을 하던 평범한 졸병이 하나 있었다. 유엔 측 대표들은 누구도 이 졸병에 대해 관심갖지 않았다. 그는 미국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푸산(浦山)이라는 인물이었는 데 유엔 대표단이 하는 말을 농담까지도 다 기억하였다가 회담장 밖에 있던 리커눙(李克農)에게 보고했다 리커눙은 회담장 상황과 분위기를 파악하여 다시 푸산을 통해 대표단을 조종했다. 리커눙은 마오쩌뚱(毛澤東)의 심복으로 중국 최고의 지략가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한국전쟁은 승패가 없는 휴전으로 끝났다. 해군이나 공군은 아예 없고 변변한 화력조차 갖추지 못한 원시적 장비의 중국군이 세계 최강 미군을 상대로 무승부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는 야전 지휘관들의 천재적인 전략과 지휘 능력도 있지만 또 하나의 전장 휴전회담에서 철저한 위장과 포커페이스(시치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통찰로 얻어낸 결과이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유엔뿐 아니라 같은 편인 북한도 속이고 이용하고 하면서 회담 분위기를 중국에 유리하게 끌어갔던 것이다.
살다 보면, 일하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많이 경험한다. 특히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앞과 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어떨 때는 과감하게 지르기도 해야 한다. 즉 능수능란하고 치밀한 묘산(妙算)이 필요하다. 이러한 묘산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풍부한 경험과 더불어 폭넓은 독서에서 나온다. 리커눙도 마오쩌뚱도 엄청난 독서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