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에 빚졌습니다.
한 때는 산천초목도 떨게 할 만큼 당당했던 아버지, 세월에 장사 없다고 80 넘으면서 뇌경색이 왔다. 그럭저럭 걷기는 하지만 말도 행동도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옛날 입맛은 살아있으신지 갑자기 순대국이 드시고 싶단다.
지팡이 짚고 절룩절룩하며 순대국집 가는 길 교차로. 횡단보도 신호등이 꺼졌는데 반도 못 가신 아버지. 급히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와 차를 막아주던 젊은 경찰, 다 건널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기다려주던 운전자들.
순대국 집. 손이 펴지지 않는 아버지에게 어린이용 포크를 가져다 손에 꼭 쥐어준 국밥집 사장님, 천천히 먼저 드시라 순서를 양보해준 손님, 편한 자리 앉으시라 자기 자리를 내준 또 다른 손님.
모두 마음을 더해준 사람들입니다. 줄여서 마더 나는 사랑에 빚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