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가려면 충분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백 리 길은 하루면 갈 수 있다. 도시락만 준비하면 된다. 만 리 길을 가려면 적어도 석 달 은 걸린다. 당연히 석 달치 양식을 준비해서 가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천하는 게 쉽지는 않다. 백 리 길을 가는데 석 달 양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탐욕스런 사람들이다. 자기뿐 아니라 자손만대까지도 쓰지 못할 재물을 긁어모으는 사람들이다. 반면 만 리 길을 가는데 석 달 양식은 고사하고 도시락조차 준비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에 민폐만 끼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작가 이문열 씨는 참 제대로 준비한 사람이다. 그는 군대 생활을 하면서 영문 서양철학사를 읽었고, 당시(唐詩) 200수를 외웠다. 제대 후에는 입시학원 강사를 하면서 수학을 제외한 전 과목을 가르치며 세상의 기본적인 지식 모두를 습득했고, 이후 고시학원 강사를 하면서는 상법을 제외한 전 과목을 공부해 가르치며 법과 윤리, 사회를 배웠다. 신문사에 입사해서 3년 남짓 일하면서 신문사 자료실에 있는 수천 권의 책을 전부 섭렵해 앎과 지식을 더 크게 쌓았다. 1979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당선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데뷔 후 그는 샘 솟는 아이디어와 무궁무진한 지식, 심오한 철학과 유려한 문장으로 한국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문열 씨는 작가라는 만 리 길을 가기 위해 석 달치 양식을 충실히 준비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