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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Jul 11. 2022

침묵

고독은 침묵이다. 고독은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이요 벗이다. 고독은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어딜 가나 많은 사람들과 시끄러운 소음 속에 오늘날의 우리는 침묵을 잃어버렸다. 산에 올라가 소리 질러봐야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다. 숲 속에서 아무리 좋은 노래를 틀어놔도 자연이 들려주는 멜로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은 우리에게 '침묵'을 가르친다. 자연은 그저 나를 바라보고 느껴보라 말한다. 무대의 주인공은 자신이며 너는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일 뿐이라 말해준다. 제 각기 다른 생물들이 공존하며, 불규칙하지만, 서로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생태계는 우리에게 '삶이란 이런 것이야'를 가르쳐준다. 자연 속에는 왕이 없으며, 누가 누구를 지배하거나 삶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각자의 생존 방식들이 모여 세상을 이루는 뼈대가 된다.


시끄러운 사람은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지 못한다. 시끄러운 사람은 각기 다른 음색의 합주에서 나오는 멜로디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시끄러운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이란 정답이라는 틀 안에 규칙적으로 배열 된 완성품일 뿐이다. 침묵해야만 자연은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사람 또한 그 안에서 각자의 삶을 노래하는 연주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 있기를'를 싫어하며 '그 밖에서' 연주를 총괄하는 지휘자이길 욕망한다. 그러나 자연이 합창하는 음악에는 지휘자는 없으며 연주자만 있을 뿐이다.


자연은 자신들의 신하가 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자연은 나의 품 안에서 너의 삶을 살아가길 기대한다. 마음만 먹으면 거센 폭풍우로 우리의 집을 허물어버릴 수도 있고, 우리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지만, 자연은 권력을 무력으로 행사하지 않는다. 무수히 지어내는 고층건물로 인해 착취당한 생명들의 책임을,권력을 행사하여 인간에게 벌하지 않는다. 자연은 사람을 기다려주고 인내하며,나의 품으로 돌아오길 소망한다. 나의 기대를 강요하지 않으며 길고 긴 기다림만 있을 뿐이다. 침묵해야만 자연이 우리에게 바라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침묵하지 않으면 우리는 망상이라는 돛을 달고 오염된 바다를 헤엄치는 병 걸린 물고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고독해져야 침묵하며 침묵해야만 눈을 뜰 수 있다. 눈을 감는 것이 눈을 뜨게 되는 일이 될 것이다. 하루 일과 중 침묵할 수 있는 시간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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