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엔 교도소도 필요하다 ②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불법(不法)이 아니라고 괜찮은 게 아니다. 세상에는 불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법은 해서는 안 될 일 중에서도 이것만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일 뿐이다. 따라서 공동체를 유지하는 건 준법(遵法)이 아니라 양심(良心)이다. 그 양심의 기준은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높게 요구된다.
법적으로 ‘배임(背任)’은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가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이 후보가 중도 사퇴로 챙긴 대선 보조금 27억여 원은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이 대선후보를 내면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해석일 뿐, 사회지도층에 요구되는 양식으로는 분명 ‘배임’에 해당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배임은 ‘주어진 임무를 저버림. 주로 공무원 또는 회사원이 자기 이익을 위하여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주는 경우’(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로 법적 해석보다 폭이 더 넓기 때문이다.
그 사회가 가진 보편적인 사고를 정의한 국어사전과 법률적 정의의 차이를 나는 ‘양식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과 ‘그중에서도 이것만큼은 절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것임에도 했다고 다 처벌하지는 않되, 그로 인해 피해가 생기면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의 세금으로 후보를 지원하는 건 금권 정치를 막고, 소수 정당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금권 정치엔 필연적으로 로비가 뒤따르고, 결과적으로 돈 있는 사람이 정치를 독점하게 된다. 당선 가능성이 적은 소수 정당 후보라도 출마하면 그 후보로 인해 소수의 의사가 표출되고, 국정에 반영될 수 있다. 이것이 대의 민주주의이며, 소수 정당 후보라도 선거를 완주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후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정책과 비전을 알려야 하고,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은 경우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남을 떨어뜨리기 위해, 중도 사퇴로 남은 돈을 챙기기 위해 출마해선 안 된다. 이건 법 이전에 양식의 문제다.
대선 후보 사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후보 혼자, 갑자기 즉흥적으로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선 투표일 사흘 전에 갑자기 후보를 사퇴했으니 정상적인 선거운동 과정이었다면 이미 숱한 공보물이 제작되고 신문·방송에 광고가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에서 그런 건 없었다. 아마 선거운동 시작 전 또는 후보 등록 전에 이미 중도 포기 방침을 정했을 테니 굳이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30회나 할 수 있는 각종 광고를 한 번만 한 것은 그런 까닭이 아닐까. 그러고도 보조금을 받고, 중도 포기로 남은 돈을 ‘인 마이 포켓(In My Pocket)’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저버리고 국가와 사회에 손해를 끼친 행위가 아닌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짓, 또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는 ‘도둑’이다. <'여의도엔 교도소도 필요하다'편 끝> 여의도엔 교도소도 필요하다 ①여의도엔 교도소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