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back ①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저 플래카드가 왜 여기 걸려있는 건가요?”
“글쎄요?”
“여긴 인적이 드문 곳인데….”
2019년 9월 초 퇴계 이황 선생님의 17대 종손인 이치억 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충남 논산에 있는 명재(明齋) 윤증 선생 고택을 찾았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 명가의 제사 문화를 듣기 위해서였는데, 그가 논산 쪽에서 일하고 있던 데다 그 근방에서는 윤증 선생 고택이 사진 촬영장소로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윤증 고택은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 그리 높지 않은 산 중턱에 있었는데, 그런데 그 야산 중턱에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십시오. 이인제’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13, 14, 16~19대 국회의원(6선)을 지내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일명 피닉제(불사조의 영어명인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라고 불린 그 이인제 전 의원이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 안 나온 건 그해에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 플래카드를 왜 걸었는지, 걸더라도 왜 이 한적한 곳에 걸었는지 이해가 안됐다. 윤증 고택은 충남 논산시 노성면 노성산길 끝에 있고, 이 집 뒤로는 더 이상의 인가도 없었다. 길 이름으로 미뤄 플래카드가 걸린 야산이 노성산이 아니었나 싶다. 건 이유도 이해가 안 갔지만, 왜 이런 위치를 선택했는지는 더더욱 이해가 안 갔다.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이라면 산 중턱이 아니라 산꼭대기에도 걸 수 있다. 그런데 그곳은 정말 하루에도 몇 명 지나다니지 않을 것 같은 한적한 산길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아…’하며 내년(2020년)에 총선이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분이 설마 또 나오려고?’(이 짐작은 맞았다. 아마 기자 중에서 그의 21대 총선 출마 의지를 읽은 사람은 내가 가장 먼저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이 한적한 곳까지 플래카드를 걸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도심은 보는 사람은 많아도 누구나 걸기 때문에 주목받기 힘들어서였을까? 도심보다 이런 외진 곳에 걸면 나처럼 의외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입소문을 낼 가능성이 더 클 것도 같긴 하다. 그 입소문이 ‘이인제가 아무도 안보는 야산에까지 플래카드를 걸었던데? 돈이 많나 봐’든, ‘그런 외진 데까지 거는 걸 보면 또 하고 싶은 의지가 굉장히 강한가 보지?’든. 분명한 건 내가 만약 논산 시내에서 그의 플래카드를 봤다면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에 앞서 수많은 건물과 다른 현수막에 가려 눈에 띄기나 했을지도 의문이다.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