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84>

I'll be back ②

by 이진구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가 많기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는 도식적인 생각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아무 콘텐츠도, 사명감도 없이 오직 젊다는 이유로 뽑아달라는 청년 정치인들도 배격한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자질과 능력이다. 100살이 넘어도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정치를 하는 것이고 20살이어도 하는 짓이 ‘젊은 꼰대’면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피닉제’ 선생님의 플래카드를 봤을 때는 ‘좀 너무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당시 71세(1948년생)이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계로 활동하면서 그가 보여준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기에 이제는 그만 만족을 알고 물러나시는 게 더 아름답지 않나 싶었던 것 같다. 어찌 됐든 그는 결국 2020년 21대 총선(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공천배제)됐고, 이후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리 정치, 여의도에서 정말 보기 힘든 게 ‘아름다운 퇴장’이다. 그만큼 했으면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아직도 국민들은 자신을 원하고 있고, 또 나는 하늘의 소명을 받았기 때문에 정치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국민의 소리가 더 많고 크다는 건 왜 안 들리는지 모르겠다.

과거 이인제 의원과 저녁 식사를 두어 번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정치인은 절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미리 말해선 안 된다”라고 했는데 예를 들면 ‘○○당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 ‘직을 걸고 아니라고 하겠다’라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참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대선 행보만 해도 1997년 신한국당 탈당→국민신당 창당 후 15대 대선 출마, 낙선→국민회의와 합당→2001년 새천년민주당 16대 대선 경선 출마→중도 사퇴→새천년민주당 탈당→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2004년 17대 총선 당선(자민련 소속)→2007년 꼬마 민주당 입당 후 17대 대선 후보 선출→낙선. 파란만장하다는 게 이런 것일 게다.


말이 난 김에 마무리가 참 안타까운 정치인 중 하나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다. 그는 2021년 11월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회 중심의 연합정치를 펴겠다”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 만인 2022년 1월 27일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했다. 지지율이 너무 안 올랐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오죽하면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이 (내가) 출마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더라”라고 말했을까.

이때가 네 번째 대선 출마였는데 안타까운 것은 한 번도 대선 후보가 돼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의미 없는 것이지만, 지금도 여의도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손학규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았으면 충분히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텐데”하는 말이다.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당시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그가 왜 한나라당을 탈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결국 당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있던 한나라당에서는 대선후보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게,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까지 만약 당에 남아있었더라면 이후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파란을 겪을 때 그만한 강력한 구심점과 대안은 달리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그랬더라면 역사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의도에는 아직 많다. 그리고 나도 그런 가정에 동의하는 편이고. 그가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았더라면 설사 대통령이 안 됐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을 거라 생각한다.


말이 길어졌는데 두 분을 비난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건 아니다. 단지 지금 자리에 목을 매고 이전투구를 서슴지 않고, 그 자리가 영원히 자기 것일 것 같은 착각 속에 있는 여의도 사람들이 조금은 아름다운 퇴장을 염두에 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자신의 아름다운 퇴장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아름다움에 오물을 묻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까. 언젠가 본 항공관련 영화에서 이런 대사를 본 적이 있다.

<모든 비행의 끝은 착륙이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 내려와야 한다.>


※날아본 적도 없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좀 주제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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