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85>

추사체, 한석봉체, 윤석열체 ①

by 이진구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백두체? 꼴값하고 있네.”

“굶어 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어린놈이 장난질이나 하고….”


2018년 2월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그의 필체가 화제가 됐다. 아래 사진처럼 가로획의 기울기가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양인데, ㅍ ㄷ ㅅ 등 일부 자음의 경우 다른 자음보다 더 컸다.

김여정의 백두체.jpg


같은 해 4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판문점 방명록에 남긴 글도 같은 서체였다. 이 서체는 김일성의 필체를 다듬어 만들었다는데, 북한에서는 김정일, 김정은 삼부자의 필체를 ‘백두체’ 또는 ‘태양 서체’라고 부른다고 한다. (김일성 종합대학 문패도 이 서체로 쓰였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의 필체가 같을 수 없으니, 김정일 김정은 모두 어릴 때부터 이 필체를 익히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김여정도 마찬가지일 테고. 아무튼 그 나라에는 ‘김정일화(花)’라는 꽃도 있으니 웃고 말았는데 이게 웬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같은 모습을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석열체2.jpg

“백드롭(배경 막)의 글씨는 윤석열 당선인이 직접 자필로 쓴 ‘석열체’임을 알려드립니다.”

2022년 3월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주재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첫 전체 회의가 열렸다. 윤 당선인 뒤에는 아래 사진처럼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란 글씨가 걸렸는데, 인수위에서 “이 글씨가 윤 당선인이 직접 자필로 쓴 ‘석열체’임을 알려드린다”라고 공지한 것이다. 추사체, 한석봉체는 들어봤지만 ‘석열체’라니? <②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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