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이 제왕의 권한이거늘 ①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12월 29일 갑신에 창덕궁에서 즉위하며 …(중략)… 나라를 이어받는 처음이니 마땅히 대사(大赦)하는 은혜를 베풀어야겠기에 이날 새벽 이전의 모반(謀反)·대역(大逆)·모반(謀叛)죄, 자식이나 손자가 조부모·부모를 죽이려고 꾀하거나 때리거나 욕한 죄, 처나 첩이 지아비를 죽이려 한 죄, 노비가 죽인을 죽이려 한 죄, 독약을 쓰거나 요망한 방술로 인명을 상해한 죄, 강도범(强盜犯) 외의 죄는 발각되었든 안 되었든, 판결되었든 안 되었든 다 용서하며….”(연산군 즉위 교서)
“정부는 2020년 신년을 앞두고, 2019년 12월 31일 자로 일반형사범,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 특별 배려 수형자, 선거사범 등 5147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 아울러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71만2422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함께 시행한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
여의도 사람들이 늘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게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툭하면 나오는데, 계기도 청와대 이전, 공공기업 인사, 87년 체재 종식, 개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사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를 없애고 의원내각제를 한다 해도 수상이 권력을 제왕처럼 쓰면 무슨 소용인가. 제왕적 대통령은 안 되고, 제왕적 수상은 괜찮은가? 그래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라고 할 때마다 좀 불안했다. 혹시나 ‘몸통’은 놔두고 ‘잔재’만 청산하시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그런데 헐…, 잔재는 고사하고 본인이 '제왕'이 돼버렸다.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