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이 제왕의 권한이거늘 ②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 스스로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제도 탓에 어쩔 수 없이 권력이 남용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놓은 현재의 제도만 활용해도 제왕적인 대통령은 나올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입법부는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 입법부의 절반 이상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언제나 여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자진해서 대통령의 뜻을 수행하는 선봉대가 된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 들어와서 하는 일은 야당의 공격을 방어해주는 것이다. 대통령이 공격받으면 마치 자기 부모가 욕을 먹은 것처럼 길길이 날뛴다.
국무총리에게는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건의권, 국정 행위 문서 부서권 등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제대로 사용한 총리를 본 적이 있나? 어디서 갑자기 제왕적 대통령이 나타난 게 아니다. 자신들의 출세와 이득을 위해 스스로 충견이 되고, 권력에 대한 감시에 눈을 감은 결과로 제왕 같은 대통령이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모든 대선 후보들이 늘 선거 때 말하는 것처럼 진심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싶다면… 대통령이 됐을 때 스스로 사면권부터 버려야 한다. 사면권 자체가 이미 군주가 은전을 베풀던 왕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법이 정한 형량을 법 위의 초월적 존재가 탕감해주는 것. 이것보다 더 제왕적인 행위가 어디 있나.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강변하지 말자. 애초에 왕정 시대 관습이 이어져서 그런 권한을 갖게 된 것뿐이니까. 시대에 안 맞으면 헌법도 바뀌는 것이다.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말은 잘하면서 사면권을 빼자는 말은 왜 하면 안 되나. 사면권 중에서도 '특별사면'은 정말 문제가 많다. <③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