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이 제왕의 권한이거늘 ③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특정인만 콕 짚어 빼주는 특별사면은, 정말로 대통령이 왕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행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한 달 전인 2013년 1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특별 사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2월 정치자금법 위반 사범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특별 사면해 이듬해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게 해줬다. 범죄의 종류를 정해 일괄 사면하는 일반 사면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특별사면은 이런 절차도 없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적 목적이나 측근들을 풀어주기 위해 특별 사면권을 활용했다. 그리고 늘 ‘국민통합’이라고 둘러댔다.
2021년 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 대표가 “적당한 시점이 오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겠다”라고 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일반 국민 중에도 이낙연 대표의 말에 분개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유는 “그럴 거면 왜 잡아넣었느냐”는 것이었다. 죄를 지으면 지은 만큼 벌을 받는 것. 이것이 공정의 기본이다. 내 죄를 사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입 속의 조청처럼 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면죄’ ‘사면’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굉장히 오만한 용어다. 도대체 누가 누구의 죄를 사해준다는 말인가. 면죄부가 횡횡했던 중세의 또 다른 이름은 암흑시대였다.
사면권은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 뿐만 아니라 법치의 근간도 뒤흔든다. 당 태종은 “사면의 은혜는 오직 법을 지키지 않는 무도한 무리에게만 미친다. 1년에 두 번 사면령을 내리면 좋은 사람이 벙어리가 된다”라고 했다. 그리고 “사면은 소인의 다행, 군자의 불행”이라고도 했다. 사면이 잦으면 반성하는 대신 사면 날만 기다리게 되니, 악행 하는 풍속이 사라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스운 것은, 정작 그 무소불위의 임금님들, 진짜 제왕들조차도 사면을 행사할 때 대신들의 의견을 듣고, 행사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그러면서도 늘 “과인이 부덕하여”라는 전제를 달고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현대의 ‘제왕’들은 측근과 정치인들을 감방에서 빼주면서 되레 ‘국민통합’을 말한다. 죄지은 정치인을 사면하는 게 왜 국민통합인가. 앞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처럼 되레 찬반 갈등만 부르는데. 정치자금법 위반 사범이 넬슨 만델라라도 된다는 건가?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크다”라고 한다. 제정신이 아니다. <'사면권이 제왕의 권한이거늘' 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