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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제발 공부 그만해

by 친절한 곰님

"딸, 오늘은 몇 시까지 공부할 거야?"

"10시"

"응. 첫 시험인데 너무 무리하지 마."

"지금부터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6년을 공부해야 해. 처음부터 열심히 하면 나중에는 힘 빠져."


딸은 중학교 입학 후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 같은 반에 유독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며 걱정이 앞서는 듯하다. 딸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비공식 시험인 수학 단원평가 시험을 봤는데 60점을 맞았고 집에 와서 운 적이 있다. 자존심이 센 아이라는 것을 그때 확실히 알았다. 공부가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창피하기 싫어서 딸은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영어학원만 다니고 있으니 다양한 과목의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과 실력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가늠이 안 될 것이다.


남편과 나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을 예체능 학원 위주로 보냈다. 딸은 집에서 문제집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모르는 문제는 남편이 알려준다. 다만 영어에는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어서 6학년 가을부터 영어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머님, 따님이 '영어 듣기'는 어느 정도 되는데, '단어'랑 '문법'은 전혀 안되어 있네요."

"그래요? 영어학원 다닌 적이 없는데 그 정도면 잘하는 거 아닌가요? 성실한 아이라서 금방 잘할 수 있을 겁니다."


하고 나는 이야기는 했지만 내가 너무 늦게 영어학원을 보낸 것은 아닌가 잠시 생각했다.


집이 시끄럽다며 방문을 닫고 이어폰을 꽂고 공부하는 딸을 보면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지는 않는다. 늘 알아서 잘해 왔던 딸이다. 다만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데’ 하는 걱정뿐이다.


나와 남편은 키가 작다. 그래서 아이들이 공부는 못해도 키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같다. 키 크는 데 제일 중요하다는 수면 시간을 지키고 운동 학원을 꾸준히 보냈다. 줄넘기와 태권도 학원, 수영 학원이다. 그중에 줄넘기를 가장 오래 했다. 딸은 6학년 2학기때 줄넘기를 그만두었고 현재 영어학원만 다니고 있다.


키 크는데 중요한 것이 수면이다. 우리 집은 오후 9시 30분에 불을 끈다.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자려면 그전에 누워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일이라 아이들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나 역시 아이들과 같이 잔다. 나도 어렸을 때 오후 9시에 잤던 기억이 난다. 나의 키는 160을 넘지 않는다. 나는 무거운 책가방에 그 핑계를 돌렸다.


나는 시험공부를 하는 딸을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딸이 중간고사 공부를 한다면서 10시 잠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밥을 먹으면 바로 책상에 앉으니 움직일 시간도 전혀 없는 것이다. 보통 여자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 때쯤 성장이 멈추는데, 딸이 더 이상 크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딸은 159.5센티이다. 165센티까지 크기를 바라는데, 딸은 지금 중간고사가 더 중요하다.


"딸, 키는 지금 아니면 못 커. 5센티만 크자. 5센티는 지금 아니면 못 커. 시험 등수는 나중에 올려도 돼"

공부 그만하고 일찍 자라고 말하라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스스로 공부하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지금은 공부보다 더 중요한 키 클 때인데.

나와 남편은 '키'에 진지하지만, 딸은 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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