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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와 실내화

왜?라고 묻지 말고 그러려니 하기

by 친절한 곰님

중학교 1학년 딸은 실내화를 손에 들고 다닌다. 등교 첫날은 실내화 가방 안에 실내화를 넣고 갔는데 다음날부터 손에 들고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교복을 입고 실내화를 손에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본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대체 실내화를 왜 들고 다니는 거야?"


나의 물음에 딸은 선배들이나 다른 친구들이 다 그렇게 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한다. 그리고 조금 생각을 하더니 실내화를 들고 다니면 학교에 도착해서 바로 갈아 신기도 편하다고 말한다. 인도에 가면 인도법을 따르라고 아직 낯선 학교 생활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하는 대로 하는 게 유별나지 않고 무난한 방법이리라.


길거리를 걷는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 닿는다.


'역시 실내화를 손에 들고 다니네?'

'다들 검은색 잠바를 입고 있네?'

'어? 남학생 들은 실내화가 손에 없네? 그럼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지?'

'치마가 좀 짧네'


'핸드폰은 항상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실내화도 손에 들어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닐 텐데. 책가방에라도 실내화를 넣고 다니면 두 손이 자유롭고 편할 텐데.' 사춘기에는 비효율적이라도 주변 친구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은가보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입을 통해 나오는 순간 '잔소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나는 딸을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왜'라는 질문 대신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딸의 행동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


시간이 지나면 엄마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할 날이 있겠지. 내가 이제야 친정 엄마가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이해하는 만큼 딸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겠지 생각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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