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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기 시작한 문

by 친절한 곰님

딸의 방문이 닫혔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방문을 열어 놓고 공부를 했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시끄럽다며 방문을 닫고 공부를 한다. 방문이 닫혀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딸의 닫혀있는 방문을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든다.


사춘기 아이들이 방문을 '쾅'하고 닫는다는 소리를 익히 들은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화났을 때 방문을 닫고 들어가면 문짝을 떼어내겠다는 말을 했다.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지만 닫혀있는 시간이 많은 딸의 방문을 보면서 딸이 사춘기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열려있는 딸의 방을 보면서 공부를 하는지, 책을 보는지, 핸드폰을 하는지, 그림을 그리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딸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성실한 딸을 생각하면 아마 주로 공부를 할 것이고 가끔 핸드폰을 볼 것이라 믿을 뿐이다.


방문은 닫을지언정 딸의 마음은 닫지 않기를 바란다. 학교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이야기하고 친구 때문에 속상했던 일은 울며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안방 방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새벽에 깨서 안방으로 자러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나의 이불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는 마음으로 사춘기 딸을 대해야겠다.


닫혀있는 방문을 보면서 '마음의 문'까지 생각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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