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
2일에 걸쳐 치러진 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가 드디어 끝났다.
딸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주일 전부터는 나도 같이 긴장했다. 잔소리도 줄이고, 음식도 과하지 않게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학교 가기 전에 공부를 한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마실 수 있게 미지근한 물을 대령한다. 책상이 더러워도 내가 치워주었다. 고작(?) 중간고사인데 이럴 일인가 싶지만 공식적인 첫 시험을 대하는 딸의 태도에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인구 20만의 시골이지만 그래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중학교에 입학한 한 딸은 잔뜩 긴장한 모양이다. 수업 시간에도 느꼈을 것이다. 본인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누구인지. 몇 명 정도 되는지를. 자존심이 강한 딸은 반에서 상위권에 들고 싶어 했고 그래서 중간고사를 열심히 준비했다.
나는 딸의 동기 부여를 위해 반에서 1등을 하면 아이폰 최신형으로 사주고 2등에서 5등 안에 들면 그다음 버전의 아이폰을 사주기로 했다. 딸은 지금 초등학교 4학년 때 중고로 사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오래된 핸드폰은 배터리가 금방 닳아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다른 핸드폰으로 바꾸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딸이 아이폰만을 원하고, 아이폰은 고가라서 사주기 부담스러웠다. 이 참에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 등수를 공약으로 아이폰을 내걸었다.
시험 첫날 오후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단 딸의 목소리가 밝다. 첫날의 과목은 수학, 영어, 국어로 다 어려운 과목들이었다. 딸은 어려운 과목을 한꺼번에 몰아놨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시험에 끝나고 가채점을 했는데 제일 고민이었던 수학을 생각보다 잘 봤다며 실수만 없어도 다 맞을수 있었다는 말을 한다. 다행이다. 나는 내일 시험이 남아 있으니 오늘 시험본 건 잊고 긴장 풀지 말고 내일 시험과목을 공부하라는 말을 덧붙인다.
2일 간의 시험이 끝나고 딸은 1등은 무리고 5등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목소리를 생각보다 밝다. 나는 영어 외의 학원은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면서 10등 안에만 들어도 잘한 것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공부를 하면서 수학은 망했다는 소리를 입에 달던 딸은 수학보다는 과학과 도덕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행이다. 제일 많이 걱정했던 수학도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실컷 놀기로 마음먹었는지 딸은 친구들과 부지런히 약속을 잡고 있다. 닫혀 있던 방문 안에서 딸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소고기 국거리를 저렴하게 팔아서 소고기 미역국을 끓였다. 시험 2일째날 아침, 딸에게 조심스럽게 미역국을 줘도 되는지 묻는다.
"딸, 미역 빼고 국물하고 소고기만 줄까?"
"엄마, 시험보는 날 누가 미역국을 끓여 ? 근데 다 먹을게"
"그래, 딸 미역국이 몸에 얼마나 좋은데, 이거 먹고 시험 잘 보면 엄마가 수능시험 날 아침에도 미역국 끓여줄게. 미끄러지듯 답안지를 술술 잘 써내려가면 되잖아"
사진출저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