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중학교에 입학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딸은 1학년 학사 일정 중 4월 말에 잡힌 2박 3일의 수련회 일정을 보고는 울상을 지었다. 학기 초 같은 반에 아는 친구가 없어서 7교시까지 수업을 듣는 것도 하루하루가 곤욕인데 2박 3일 동안 친구들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인 모양이었다. 나는 원하지 않으면 수련회를 가지 않아도 된다며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친구를 사귀어 보라고 딸을 다독였다.
딸은 그렇게 천천히 반 아이들과 학교 생활을 하며 친한 친구를 만들어간다. 그러면서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혼자 집에서 혹은 친구들과 스터디 카페를 가며 공부도 했다. 딸과 저녁을 먹으며 점심시간에는 무엇을 했는지, 학교가 끝나고는 누구와 집에 왔는지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마다 다른 친구 이름이 나와서 딸이 아직 친한 친구는 없지만 다양한 친구들과 만나고 있음을 느낀다. 이틀에 걸친 첫 중간고사가 금요일에 끝나고 다가오는 월요일부터 수련회다. 딸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열심히 짐가방을 꾸린다.
나는 딸에게 묻는다.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돼.”
“진짜 안 가도 돼? 수련원에서 하는 프로그램 봤는데 다 맘에 안 들어”
“그래? 그럼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 엄마는 네가 원하면 학교에 안 가겠자고 말할 거야”
“음... 근데 갈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짐 가방을 싸는 딸은 신나 보인다. 중간고사 성적도 기대만큼 나왔고 수련원으로 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을 친구도 정했다. 수련회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딸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캐리어가 무거울 거 같아서 차로 태워다 주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딸은 친구와 만나서 가기로 했다며 거절한다.
“엄마, 그 입술 반짝이는 립글로우스, 내가 챙겨간다!”
캐리어를 끌었어도 친구와 함께라면, 울퉁불퉁한 길 어디든 즐거운 길이 된다. 그렇게 딸은 2박 3일 동안 전화 한 통 없이 수련회에 다녀왔다.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고, 밥은 맛있게 나왔는지, 누구와 더 친해졌는지 나는 묻지 않는다.
지난 1월 9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작 4개월 정도가 지났건만 그 사이 딸은 키도 마음도 훌쩍 커버렸다. 딸이 커버린 만큼 나는 나이 들어감을 느끼며 이제 딸이 마냥 어린이가 아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도 딸의 닫힌 방문 사이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혹시나 요즘도 운동장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캠프파이어를 하나? 사회자가 분위기를 잡고 부모님 이야기를 시작하면, 촛불을 들고 있는 아이들 한 둘이 콧물을 훌쩍이며 울까. 그 때만해도 엄마한테 잘해야지 다짐하지만 다음날 아침에는 어제의 일은 새까맣게 잊고 다시 친구들과 이야기하겠지.
너는 생각해 본 적 없겠지만 엄마도 그런 때가 있었다. 내가 나의 엄마의 어렸을 적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