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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와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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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곰님

"샤워를 왜 이렇게 오래하는거야?"


씻으러 들어간 딸을 뒤로 남편의 말이 들린다. 언제부터인가 딸의 샤워시간이 유독 길어졌다.


딸이 주로 가는 곳이 올리브영이 되었고, 폼 클렌징부터 에센스, 팩 등 다양한 화장품을 사기 시작했다. 이마에 오돌토톨 올라오는 여드름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샤워를 하고 나오는 딸의 이마에는 늘 진정효과가 있는 네모난 패드가 붙어져 있다.


사춘기는 외모에 신경 쓰는 시기라 미용용품이 점점 늘어난다. 평소 화장하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나보다도 화장품이 많아졌다. 샤워하면서 얼굴에 마사지를 하는 등 이유가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나름 생각해 본다.


남편은 웃으면서 물값이 많이 나오겠다며 군대에 보내야겠다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나는 딸에게 얼른 샤워를 하고 나오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러나 딸은 반항이라도 하듯 샤워시간이 줄기는 커녕 점점 길어진다.


재미삼아 검색창에 '사춘기와 샤워시간'이라고 검색해본다.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는지 카페의 질문글이 종종 보인다.


'매일이 전쟁입니다. 샤워시간이 기본 50분입니다.'

'중학생 아이 샤워시간이 너무 길어서 고민이에요.'


우연히 '샤워 시간이 길어지면 사춘기 신호'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샤워 시간이 길어진 것은 '사춘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이유는 몸에서 생겨난 체취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고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물소리가 안정감을 줘서, 문을 잠그고 있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물소리를 듣는 것은 심리적으로 꽤 좋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미용에 신경 쓰느라 샤워시간이 길어진 줄 알았다. 타이머를 15분에 맞추고 시간 내에 나오라고 했었는데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 시간이 길어진 것이 사춘기의 당연한 신호라면, 샤워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음악이라도 틀어주어야겠다.


다만, 이 증상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 물이 아깝지 않나?


feat. 엄마 어렸을때는 말이야


겨울에는 연탄에 물을 데워서 세수하고 발 씻고, 그 물로 걸레도 빨고. 물을 엄청 아껴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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