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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

엄마 머리가 아파

by 친절한 곰님

개근(皆勤) : 학교나 직장 따위에 일정한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거나 출근함.


30년 전만 해도 학교를 빠지지 않고 출석을 하면 '개근상'이라는 것을 주었다. 병결, 지각, 조퇴가 없이 출석한 경우 개근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때는 학교를 빠지지 않는 것이 성실함의 표본으로 꽤 위엄 있는 상이 었다. 그래서 아프더라고 학교 양호실 가서 누워있다가 오라는 말을 했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니면 집보다는 양호 선생님이 있는 양호실이 더 요양하기 좋은 환경이었으리라.


한 때 개근거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빈번한 (해외) 여행과 단기 유학 등으로 결석이 늘면서 개근상의 의미가 퇴색되고 학교를 성실하게 다니는 아이들을 '개근거지'라고 조롱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엄마, 나 머리 아파"


딸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스스로 열을 재고 '37.0도'라고 말한다. 가끔씩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한 적이 있고 별다른 약 처방 없이 금세 증상이 없어지길래 나는 일단 학교에 가라고 했다. 아침밥도 평소처럼 야무지게 잘 먹었고 핸드폰도 보면서 여유 있게 학교 갈 준비를 하길래 두통은 금세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아이들이 학교에를 빠지지 않기를 원한다. 아예 등교를 하지 않는 것과 학교에 갔다가 조퇴를 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를 등교시킨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이 된 아이들을 키워보니, 전날 밤이나 아침에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해도 학교에 갔다 오면 90%는 아팠다는 사실을 잊은 채 정규수업을 다 마치고 하교를 했다. 아이들이 아팠다는 것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아프다고 학교를 가지 않으면 습관이 되는 게 걱정이 되어서 그렇다. 분명 이것은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딸은 나의 예상 밖 10%에 들었고, 열은 학교에 있는 동안 38도가 넘었다. 독감검사도 해보라는 선생님의 권유와 함께 딸은 하교를 했다. 다행히? 열이 난 시각이 거의 하교시간이라 조퇴는 하지 않았다.


A형 독감이었다. 딸은 학교에 가라고 했던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성실함이 불이익이 되는 사회인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고, 성실하게 노력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성실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의 실력을 쌓고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성실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유독 성실한 직원에게 시선이 간다. 아주 사소하게는 근무시간 05분 전에 출근하는 직원보다는 20분 전에 출근해서 일할 준비를 하고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하는 직원말이다. (내가 꼰대인가?)


내일 출근할 때는 커피 한 잔 사서 책상에 놓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아이들도 나중에 누가 지켜봐서가 아니라 '스스로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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