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

어머님은 닭다리가 싫다고 하셨어

by 친절한 곰님

남편이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는 주말이다. 남은 우리 셋은 치킨을 시켜 먹는다.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교 중학년이 되면서 치킨 한 마리로는 네 식구가 맛있게 먹기엔 양이 적게 되었다. 그래서 셋이 식사를 하는 날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치킨을 주문해 먹는다.


나는 늘 하던 대로 닭다리를 아이들 접시에 올려놓는다. 갑자기 딸이 닭다리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나 닭다리 안 먹어."

"왜? 너 닭다리 잘 먹잖아"

"아냐, 안 먹어"


하며, 나의 접시에 닭다리를 올려놓는다. 나는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식성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살을 빼겠다고 생각해서인지 의아해하며


"그럼, 아들(동생) 먹으라고 하지 머. 엄마도 닭다리 별로 안 좋아해"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딸이 벌컥 화를 내면서, 그걸 왜 주냐며 엄마 먹으라고 한다. 이 와중에 아들은


"누나는 내가 닭다리 두 개 먹는 게 그렇게 싫어!"


하며 볼멘소리를 한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결국 주인 없이 헤매던 닭다리는 내가 먹는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정말로 짜장면이 싫다고 한 말이 아님을 이제 중학생이 된 딸은 알았던 걸까. 아직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이 노래에 담긴 깊은 뜻을 알게 될 나이는 아닌 것인가. 상황이 좀 웃겨서 나 혼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은 닭다리의 숫자가 앞으로 너희들이 치맥의 맛을 알기 전까지 먹을 닭다리의 숫자보다 훨씬 많기에 나는 계속 닭다리를 양보할 생각이다. 닭다리나 날개로만 구성되어 있는 치킨이 나오기는 했지만 나는 치킨은 닭 한 마리를 먹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닭의 각 부위에 대해 생각하면서, 왜 부위마다 맛이 다른지 느끼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한다. 운동량이 많은 다리살, 정강이살, 목살은 쫄깃하고 맛있고 운동량이 적은 가슴살이나 안심은 부드럽지만 퍽퍽하다. 요즘은 퍽퍽해서 기피대상인 가슴살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가끔 부모님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는데 엄마는 아직도 나의 밥 그릇에 고기를 올려주신다. 아이들을 살피느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딸이 계속 신경쓰이셨던 것일까. 나는 나의 아이들을 챙기고, 나는 나의 엄마가 챙겨준다.


나는 문득 내리사랑과 치사랑을 같이 해야하는 중간에 끼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은 내가 챙겨야겠다고 다짐한다.


아, 가끔은 치킨 두마리를 시켜서 온 가족이 사이좋게 닭다리를 먹기도 합니다.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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