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참을만하게 아픈 어깨와 목 통증의 강도가 세졌다. 나는 왼손으로 목을 받치고 일을 한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본 부서장은 병원 좀 가라며 성화다. 나는 평소에도 병원을 자주 다니지 않았다. 견디기 힘든 정도의 통증에 대한 기준이 높다. 약을 먹지 않고 한두 시간 정도 참아보고 못 참겠으면 진통제를 먹는다. 그러면 보통은 통증은 사라진다. 진통제로도 참을 수 없으면 그때는 병원으로 향한다. 일 년 중 내가 병원에 가는 날은 한두 번 정도?
나는 자연분만으로 두 아이를 출산했다. 첫 아이 때는 다들 경험이 없으니 출산일 전후로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가는데, 대부분 집으로 다시 돌려보낸다는 글을 읽었다. 나는 집에서 고통은 참으며 진통 간격이 좁아지는 것을 확인했고 '진짜 출산 신호'임을 본능적으로 느껴서 병원에 전화를 했다. 간호사는 첫 아이이고 지금 진통이 오는 거 같다는 나의 전화에 대수롭지 않게
"일단 한번 와보세요"라고 쿨하게 답한다. 나는 병원에 갔고 세 시간 만에 아이를 낳았다. 의사는 나에게 집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이었냐며 웃으셨다. 둘째도 물론 나는 좀 더 일찍 병원에 왔어야 한다는 꾸중을 들었다.
얼마만큼 아파야 아픈 것인지 나는 그 기준을 정하지 못하겠다. 아프긴 하지만 늘 참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아본다. 그런데 나이도 이제 사십 대 중반이고, 건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아픈데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병가를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조금만 아파도 병가를 쓰고, 진단서 미첨부 최대 병가일수인 5일을 다 채우는 걸 보면 몸이 아프다는 것에도 MZ의 기운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병가를 내고 한의원으로 갔다. 일주일 전에도 갔었는데 한의원 방문 주기가 일주일로 짧아진 건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의사는 나에게 "그동안 괜찮으셨어요"하고 묻는다.
나는 "괜찮아요"라고 답하면서 순간적으로 괜찮지 않고 "아프다"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왜 괜찮다고 말했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괜찮다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자주 사용했다. 사람들은 내가 정말 괜찮은 줄 안다.
괜찮다는 말 뒤엔 '힘들지만, 참을 수는 있어요', '아프지만, 죽울만큼 아픈 건 아니에요'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나는 왜 그동안 나의 상태나 감정을 숨겼던 것일까.
앞으로는 누군가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 잠시 생각을 하고 '힘들다'거나 '쉬고 싶다'거나 '아프다'거나 하는 현재의 상태를 자세하게 말해야겠다.
침을 맞고 마지막으로 부황 치료를 할 차례다. 여름에는 옷이 얇고 파인 옷이 많아서 한의사는 아픈 부위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 부황을 떠주겠다고 배려를 해준다. 나는 "아니에요. 보여도 괜찮아요. 목과 어깨 사이에 해주세요."
'저 괜찮지 않아요. 아파요'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표시니까.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