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烽燧)

겨울 준비

by 친절한 곰님

뜨거웠던 여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늦여름 끝자락에 불던 시원한 바람은 이제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되어 옷깃을 여미게 된다. 우리 가족 중에 추위를 제일 많이 타는 사람은 나다. 반대로 더위도 제일 덜 탄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자기 전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다가 새벽녘에 추위를 느끼고 꺼버린다. 그러면 아이들은 금세 더위를 느끼며 잠에서 깬다. 에어컨 리모컨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내가 느끼는 온도를 기준으로 에이컨의 온도를 조정하되 아이들 눈치도 적당히 본다.


겨율의 난방 관리는 남편이 한다. 열이 많은 남편과 아이들은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한다. 추운 건 참을 수 있어도 더운 건 참지 못한다. 여름에는 내가 열 관리의 주도권을 쥐고 있으니 겨울에는 암묵적으로 남편에게 열관리 주도권을 양보한다. 겨울에는 나 혼자 옷을 더 껴입으면 되니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겨울에 입는 조끼를 식탁 의자에 걸쳐놓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끼를 걸치고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남편에게 슬쩍 보일러를 언제 돌릴 것인지 물어본다. 우리 집은 3층이다. 아래, 윗집에서 보일러를 돌릴 때 같이 돌려야 경제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지금 우리가 먼저 보일러를 돌리면 아래, 윗집에 지는 거야.'라고 농담 반, 진담 반 말하는 남편이다.


나는 수면 양말을 꺼내 신는다.

나는 물을 끓여 보온병이 담아둔다. 수시로 따뜻한 물을 먹을 생각이다.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니 언제 보일러를 가동할지 물어볼 수 없다. 현관 바깥쪽 라인으로 설치된 아랫집의 은색 배관에 보일러를 가동하면 나오는 하얀 연기가 올라오기를 바란다. 갑자기 '봉수'라고 해서 장거리용 시각 통신수단으로 연기를 피워 소식을 전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아랫집 보일러 배관을 봉수대 삼아 다가오는 겨울의 보일러 가동 날짜를 잡아야겠다.

얼른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여보, 아랫집에 보일러 돌리나 봐! 배관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와. 우리도 얼른 보일러 돌려야 해!"


* 사진출처 : 픽사베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