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이, 15살

feat. 원효대사 해골물

by 친절한 곰님

딸의 방문은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늘 닫혀있다. 혼자 자는 건 무섭다며 안방에서 자겠다던 딸은 혼자 자겠다는 선포를 했고, 이제 나는 안방에서 초등학교 5학년 올라가는 아들과 둘이 잔다. 딸은 그렇게 자기 방에서 혼자 공부도 하고 핸드폰도 하고 책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늘려간다.


겨울 방학도 했고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이 지겨울까 봐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다. 숙소는 한옥이었고 방 하나와 거실로 이루어져 있다. 방바닥은 절절 끓고 공기는 차다. 달빛은 창호지에 비쳐 은은한 조명이 되고 있다. 가족 모두가 나란히 누웠다. 오랜만에 오른쪽엔 아들이, 왼쪽엔 딸이 누워있다.


딸은 갑자기 나의 손을 잡는다. 딸의 손이 더 길고 가느다랗게 되었다. 딸은 갑자기 엄마가 어렸을 적 해준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한다.


"나 어렸을 때, 자기 전에 엄마가 이야기를 많이 해줬잖아.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줬었어."

"그래? 엄마는 기억 안 나는데. 어떤 이야기야?"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딸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딸이 주인공인 이야기였다)

한 아이가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배가 고픈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배가 고프니 간식을 달라고 했대. 그랬더니, 엄마는 졸려하며 어두컴컴한 방바닥을 더듬어서 캐러멜이라며 입에 넣어주었어. 아이는 짭조름하고 쫀득한 그것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는 어제 먹은 캐러멜이 궁금해서 그게 무엇이었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코딱지라고 했어.


딸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그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이야기가 재미있어서였는지 아니면 딸이 그 이야기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어서였는지 나는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아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덩달아 눈물 나게 웃었다. 그리고 자기한테는 왜 잠들기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지 않느냐며 따져 물었다.


그랬다. 딸은 나의 첫 아이라서 정말 소중했고, 무엇이든 성의껏 해주려고 했다. 그런 딸이 사춘기가 되고 나와 점점 멀어지고 친구와 가까워지는 게 내심 서운했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의 역할은 딸이 올바르게 성장해서 어른으로 독립하게 하는 것이니까. 그 과정에서 나는 기억하고 딸이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점점 기억력이 나빠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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