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는 일

체력 소진

by 친절한 곰님

태백산을 다녀왔다. 2024년 12월에 처음 갔고 이번에 두 번째 방문으로 2년 만이다. 산을 오르는 난이도에 비해 태백산이 보여준 아름다운 모습에 덕분에 나는 태백산을 좋아한다.


나는 내 아이들이 가끔은 일부러 몸이 힘든 일을 하기를 바란다. 나의 바람을 제일 잘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바로 등산이다. 이젠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딸은 키도 컸지만 몸도 무거워졌는지 산을 오르고 10분 만에 못 가겠다며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처음 태백산을 올라갔을 때는 투정 없이 재미있게 산을 올랐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당골 주차장에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코스를 경혐해 본다는 생각에 유일사 주차장에서 시작했다.(개인 블로그를 검색했을 때 유일사 주차장 코스가 더 쉬운 코스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가파른 길이 나와서 나도 당황했다. 그래도 이미 시작한 만큼 포기할 수는 없어서 남편은 딸의 가방을 메고 달래면서 산을 올랐다. 조금 더 가니 눈 쌓인 길이 나와서 우리는 가방에서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른 길보다는 완만한 길이 많아지면서 딸의 투정도 줄었다.


태백산은 적당한 거리의 가파름과 완만함을 보여주었다. 나도 힘들어졌고 말없이 앞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하나하나 밟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에는 오직 내 무거운 발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했다.


'한 발, 한 발'


"딸, 산에 오를 때는 너무 멀리 보기보다는 앞사람이 만든 발자국을 보면서 가는 게 좋아. 작은 발자국들이 모여 결국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거야"


요즘 학생들은 밖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시간이 없다 보니, 운동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한 땀을 흘릴 일이 없다. 또 하기 싫어도 억지로 몸을 힘들게 해야 할 일이 별로 없다. 나는 일부러 딸의 몸을 힘들게 하려 한다. 딸이 알았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힘듦이 있고, 지금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는 건 꽤나 쉬운 일이라는 것을.


태백산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때, 산 초입에서의 투정은 온데간데없고, 딸은 야구 국가대표와 일본의 경기를 봐야 한다며 난리를 친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의 의식은 여전히 자기 중심적이고 개인적이다. 칼바람 피할 데 없는 태백산 정상에서 무슨 야구를 보냐며 나는 잔소리를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딸의 기분이 변하듯, 나의 기분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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