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따뜻한 배려
차가운 날씨에 저녁을 먹고 온기가 있는 집에서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오늘만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고 운동을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인다.
저녁 8시, 누군가는 술 약속을 가고 누군가는 집에서 쉬고 있을 시간에 나는 외투 양쪽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필라테스 학원으로 향한다. 도로 쪽으로 난 금속의 문 손잡이를 보니 주머니 속 손이 나올 생각이 없다. 나는 온몸으로 문을 힘껏 밀고 들어간다. 한결 가벼워진 몸을 느끼며 역시 학원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는 학원은 건물의 맨 꼭대기인 5층에 위치해 있다. 1층은 비어 있고, 2층은 헬스장, 3층은 피부관리실, 4층은 영어학원, 5층이 필라스테스학원이다. 필라테스 학원에서 운동을 마치고 내려올 때는 보통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온다. 그날은 2층에서 운동을 마치고 계단으로 걸어내려 가는 젊은 남자 두 명이 나와 다섯 계단 정도 앞에서 있었다. 나는 아이가 보낸 카톡을 확인하느라 잠시 그들과 사이가 벌어진 상태로 1층에 도착했다. 앞에 가던 사람들과 거리가 제법 되어서 그들이 다 나가고 문이 닫히면 나갈 생각이었는데 두 명 중 한 사람이 나를 보며 문을 잡고 서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빨리하며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문을 나왔다.
바로 뒤에 따라가는 사람을 위해 열린 문을 잡아줄 수는 있지만 여섯 발자국 정도 뒤에 오는 사람들 위해 문을 잡고 서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나를 위해 3초 정도의 시간을 내어준 것이다. 순간 꽤 괜찮은 인성을 가진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딸이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 생각이 닿았다.
앞사람이 문을 잡아주는 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뒷사람을 위한 배려와 예의를 나타낸다. 배려를 받은 윗사람은 문이 언제 닫힐까 생각하며 몸만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문을 같이 잡고 감사를 나누어야 한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도 배려를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사소한 배려의 릴레이가 많아지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건설적인? 생각을 한다.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