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독립

해? 말어?

by 친절한 곰님

아들이 드디어 혼자 자겠다는 말을 했다. 작년 가을 아들의 방에 침대를 들여놓고 원하는 이불도 사주고 베개도 사주었다. 자다가 떨어질 수 있으니 침대가드도 있어야 한다는 말에 원하는 물건을 주문하고 총알 배송으로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을 강조하며 수면안대도 사주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들의 수면독립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2년 딸이 태어났다. 나는 휴직을 하고 육아에 돌입했다. 깊은 잠을 못하는 딸은 새벽에도 여러 번 깼고, 딸과 같이 자는 것은 출근하는 남편에게는 괴로운 일이어서 남편에게 작은 방을 내주었다.


2015년 아들이 태어났다. 딸은 아빠에게 부탁하고 나는 다시 새벽에도 여러 번 깨는 새벽육아를 시작했다. 그런데 딸은 동생에게 엄마를 뺏긴 기분이었는지 나와 자기를 원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셋의 동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의 침대는 남편의 차지이다.


쌍둥이도 아닌데 두 아이들은 늘 나를 두고 경쟁을 했다. 기차 옆자리, 비행기 옆자리 그리고 침대의 옆자리까지. 매트리스만 놓고 잘 때는 싱글침대에는 딸이, 퀸사이즈 침대에는 나와 아들이 누웠다. 그러다가 싱글침대만 프레임을 사면서 두 침대 사이에 단차가 생겼다. 위치로 보면 내가 가운데가 맞지만 나와 같은 높이에서 자려고 늘 사소한 다툼이 생겼다.


매트리스만 깔고 잘 때도 서로 자기 쪽을 보고 자라며 우기는 통에 나는 천장만 보고 자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다. 한 번은 휴일이라 늦게 까지 자고 일어났더니 옆에 있던 아들이 시무룩한 표정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잘 때 왜 누나 쪽을 보고 잤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천장을 똑바로 보고 잤다고 했더니 아들이 말했다.


"엄마 오른쪽 얼굴에 베개 자국 났어"


나는 기가 막혔고 한편으로는 얘가 이렇게 똑똑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보다 먼저 올해 4학년이 되는 아들이 혼자자겠다고 말을 한다. 나는 아들의 결심이 번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들의 여러 가지 요구를 들어준다. 마지막 부탁은 본인이 잠들 때까지 옆에서 같이 있어달라는 것이었다. 남편은 싱글침대에 아들과 같이 누워 아들이 잠드는 것을 확인하고 방을 나왔다. 그렇게 아들의 첫 수면독립이 성공하는 순간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 하루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딸은 동생의 수면독립 선언을 들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요즘 애들은 사춘기가 중학교 때 온다는데 아직도 나랑 같이 자려고 하는 걸 보면 사춘기가 오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같이 자고 싶어도 못 잘 때가 올 텐데 딸이 혼자 있고 싶다고 나를 밀어낼 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 것인지,


나도 가끔은 혼자서 누군가의 뒤척임을 느끼지 않고 자고는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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