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들만의 신호
등교 4일째, 금요일 오후이다. 딸은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마음이 들어서인지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주말에는 다른 학교로 배정받은 친구를 만나러 나가겠다고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누군가는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고, 누군가는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지 않은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딸은 다시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한다. 급기야 월요일 아침에는 얼굴 표정이 어두워져서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눈물이 맺혔다.
주말에 잠시 밝아졌던 딸의 얼굴을 보며 조금 안심을 했는데 역시나 딸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나는 딸에게 미션을 주었다.
친구가 없는 사람을 좀 둘러보고 한 명을 골라서 1교시가 끝나고 화장실을 같이 가자고 말을 걸어보라고 했다.
"딸, 누가 너한테 화장실 같이 가자고 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좋겠지?"
"응"
"누가 너에게 하기를 원하는 일을, 네가 친구들에게 먼저 해 봐."
"네가 오전에 화장실을 같이 가자고 하면, 그 친구도 오후에는 화장실 갈 때 널 찾지 않을까? 물론 찾지 않을 수도 있어"
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한다. 나는 밥을 먹으며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에게 물어본다.
"아들, 화장실 갈 때 친구랑 가?"
"아니. 혼자 가는데?"
여자 아이들에게 화장실을 같이 가는 친구가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친한 친구가 없다는 말이다. 그것은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이기도 하다.
친한 친구와 팔짱을 끼고 화장실로 향하는 그 길이 그리고 화장실 문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그 일이 정말 소중하다. 수업 시간에는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학교생활에서의 자유 시간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두 가지가 있다. 쉬는 시간에 친한 친구와 둘만 있고 싶어서 화장실을 같이 가는 것이 아닐까. 세대가 변하고 시간이 흘렀지만 학교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너 왜 걔랑 화장실 가?'라고 하며 싸웠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오늘은 혼자 있는 친구에게 화장실을 같이 가자고 말하는 것과 청소 시간에 물걸레 당번인 친구에게 같이 물걸레를 가지러 가자고 하는 두 가지 미션을 주었다.
오늘 하교하는 딸의 웃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매일 하나씩 딸이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학생이기를 바란다.
딸, 너는 지금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이 건 어른이 되어도 힘든 일이야.
하루 한 문장씩만 연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