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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입니다.

사춘기보다 먼저 온 부적응

by 친절한 곰님

중학교 입학식.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어보는 스타킹을 신고 중학교 등교 첫날을 준비하는 딸을 본다. 친한 친구가 같은 반이 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지만 아침 등교길에 친구를 만나서 갈 거라는 딸의 말에는 설렘이 가득 묻어있었다. 입학식 첫날에는 10시에 등교해서 12시에 끝나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학교가 끝난 딸은 친구 둘을 데리고 집으로 와서 논다고 했다. 나는 입학기념으로 떡볶이와 치킨을 주문해 주며 입학을 축하해 주었다.


등교 2일째.

딸은 근처 사는 친구와 만나서 학교로 걸어간다. 실내화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중학생의 정석이라고 하며 실내화는 가방에 넣는다. 등교 둘째 날부터는 학교에서 점심도 먹고 정상적인 수업 일정이 진행된다. 그렇게 딸의 중학교 생활이 시작되는구나 생각하며 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딸의 표정이 좋지 않다.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반에서 하루종일 있었던 것이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특히 일부는 친한 무리가 되어 몰려다녔고 딸은 더욱 소외감을 느낀 것이다.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딸은 눈물을 흘렸다.


딸의 초등학교 4학년 학기 초가 생각났다. 4학년 때 전학을 갔는데 그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때 딸은 일주일 동안 자기 전에 눈물을 흘렸다. 큰 마음을 먹고 선생님께 딸을 좀 챙겨봐 달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지켜보겠다는 말 뿐이었다. 그때 결국 이 상황은 딸 스스로가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딸은 학교에 적응하고 주말에도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아이가 되었다.


지금은 친한 친구가 옆 반에 있고 학교 등학교때 다니는 친구가 있지 않냐며 초등학교 4학년때보다는 상황이 좋지 않냐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딸은 동의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싫은 것이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딸에게 작은 미션을 주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긴 점심시간에는 옆 반에 있는 친구를 만나거나, 학교 도서관을 한번 찾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청소시간에 딸이 다른 친구 2명과 물걸레 청소를 한다고 하기에 청소시간이 되면 다른 두 명에게 물걸레를 같이 가지러 가자고 말을 하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다면, 그것을 네가 먼저 하라고 말을 했다. 간혹 '싫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 친구의 성향이니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고.


등교 3일째.

하교하는 딸에게 나는 청소시간에 물걸레를 가지러 친구와 같이 갔냐고 물었고 딸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얼굴에 여전히 어둡다. 한마디로 가까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딸에게 잘했다며 칭친을 해주고 물걸레 3인방부터 조금씩 알아가라는 조언을 해준다. 딸은 4월에 2박 3일로 수련회를 간다고 한다. 친한 친구도 없는데 2박 3일이나 수련회를 가야 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인가 보다. 나도 수련회를 가을에 가지 왜 봄에 가냐고 딸의 볼멘소리에 공감해 주었다. 수련회를 갈 때도 친한 친구가 생기지 않는다면 수련회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한 달의 적응 기간이 지나면 딸은 가족여행도 거부하고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러 집을 나갈 것이고 나는 친구 없다고 울 때가 좋았다는 농담을 할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에는 '시간'이 든다. 딸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 보았으면 좋겠다.




딸, 엄마는 아직도 인사발령 때마다 새로운 부서로 출근하는 첫 날은 아침에 일어나기 정말 싫어. 엄마 역시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어색하게 웃고 인사하는게 어렵거든. 아프다고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하루 출근하지 않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다음 날은 출근해야 하거든. 한번 피해서 영원히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고 말하겠지만 한번 피하는 것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피하지 않는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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