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언젠가 두고두고 이야기할
등교 7일째, 딸의 생일날이다.
입학식이었던 첫날을 제외하고는 등교하는 6일 내내 딸은 자기 전에도, 등교하는 아침에도 학교에 가기 싫다며 눈물을 보였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라 마음이 아프다.
딸의 기분 전환을 위해 생일 하루 전에 초콜릿케이크를 먹었다. 달달한 초콜릿케이크를 먹으니 딸의 표정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 그래도 밖이 점점 어두워지고 잘 시간이 되니 학교를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딸은 다시 눈물을 보인다.
생일날 아침, 딸은 미역국을 먹고 교복을 입는다. 나는 어두운 딸의 표정을 보며,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물어본다. 학교를 가야 하는 걱정을 기분 좋은 생각으로 채워주고 싶었다.
딸의 하교 시간에 맞춰 딸에게 전화하는 일이 나의 하루 중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생일 당일날, 저녁을 먹으면서 딸이 오늘은 유난히 급식이 맛이 있었다는 말을 한다. 그동안은 학교 급식이 맛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했었는데 딸의 변화를 감지한다.
친구의 친구를 통해 반 친구들 사이에 오늘이 딸의 생일이라는 것이 소문이 났고 누군가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자고 제안했더란다. 딸은 1교시 시작 전 반 아이들의 생일축하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 것이다. 건조한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분명 아침의 일이 그 날의 학교생활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가방에 있던 작은 초콜릿을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남편도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자고 제안해 준 친구가 고마웠다.
딸은 늘 3월이 생일인 것이 불만이었다. 새 학기에는 친한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생일 선물을 많이 받지 못한다는 이유다. 그런데 이번에는 3월이 생일인 것이 딸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 되었다.
딸이 느끼기에 같은 반 아이들은 이미 몇 개의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다소 차가웠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입을 모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던 일이 친구들에 대한 딸의 편견을 조금은 무너뜨리지 않았을까 싶다.
방송반 동아리 신청서도 가져와서 신청하겠다고 하고, 물걸레 청소하는 아이가 어느 초등학교에서 왔는지도 알게 되었다며 표정이 다소 밝아졌다.
'다행이다.'
딸의 생일날 밤. 딸은 울지 않고 잠들었다. 그리고 생일 다음날 아침 딸은 울지 않고 학교에 갔다. 이대로 딸이 학교 생활에 적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딸에게는 너무 서두르지 말라는 조언을 해준다.
딸에게 친구가 생기는 일이 이렇게 좋은 일인줄 몰랐다. 나중에는 친구랑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 올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그게 낫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