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딸이 중학교 1학년이 되면 허락한다고 약속한 일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콜라를 마시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허락 없이도 먹게 할 수 있는 일 아니야? 하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콜라는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때까지 먹지 말라고 요구를 했다. 장을 보더라도 콜라를 산 적은 없고 냉장고에 혹여나 콜라가 있더라도 그건 배달 음식에 딸려 온 것이다.
딸은 6학년 졸업식날 처음으로 콜라와 피자를 같이 먹었다. 맨 처음 코로 냄새를 맡고 음료 회사의 연구원이 처음 개발한 음료를 시음하듯 조심스럽게 콜라를 마신다.
"별 거 없는데?"
딸은 생각한 것보다 맛있지는 않다며 쿨하게 말을 한다. 아마 콜라에 대한 환상보다 맛이 덜해서이지 않을까? 그래도 옆에서 지켜보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콜라를 마시는 누나가 마냥 부럽다.
이후 가끔씩 간식을 먹을 때 콜라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딸은 콜라를 고른 적이 없었다.
한 번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아들에게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았다. 햄버거를 먹었다는 아들은
"친구는 콜라랑 같이 먹던데?" 하고 말을 한다.
"그럼, 너는 뭐랑 먹었어? "
"나는 그냥 물이랑 먹었어"
나는 중학교 1학년때까지 콜라를 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들이 기특했다. 그리고는 친구의 엄마가 나를 유별난 엄마로 생각하는 것은 살짝 걱정을 했다.
시간이 지나서 딸은 콜라를 마시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할까? 본인은 중학교 1학년때 콜라를 처음 먹어봤다고? 그럼 친구들은 이상한 눈빛을 보낼까?
딸은 콜라를 마실 때마다 중학교 1학년때까지 마시는 것을 금지시킨 나와 남편을 생각할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사물을 보았을 때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이 꽤 근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콜라'라서 쫌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