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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Aug 11. 2021

신대륙을 넘은 신세계, 메타버스가 온다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를 통해 느끼는 새로운 물결

  글쓴이가 처음 메타버스라는 말을 들어본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1년 전 처음으로 접한 그 단어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환상적인 가상 세계'라는 막연한 이미지였고, 그것이 군대에 머물러 있는 처지의 문과생에게 남긴 첫인상이란 그렇게 인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뒤로 반복적으로 관련 기사를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세계 유수의 기업이 메타버스 테마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블록체인(코인)과 같이 낯선 개념을 쉽게 흡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신생 테마인 만큼,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각종 지식 정보의 조각을 찾아서 얼기설기 붙이는 것에는 한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에 대해 세상의 다른 많은 사람들만큼이나 아는 게 많지 않은 글쓴이가 메타버스라는 생소한 영역에 첫 발을 조심히 딛어보고자 선택한 경로가 바로, 김상균 교수와 신병호 투자가의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였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을 하위분류로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의 디지털 세상을 말합니다. … 기술 연구 단체 ASF는 이렇게 탄생한 다양한 메타버스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세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베가북스, p.40)


  전산망이 깔려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연결해 주는 인터넷의 힘으로 물리적 제약이 허물어진 곳에 새로 세워진 메타버스 세계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컨텐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다. 네트워크 속에서 대중이 뛰놀며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플랫폼 위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거나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진 가상 세계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의 바람을 이뤄주고 있고, 매력을 느낀 신규 유입자들도 따라와 가상공간을 활보한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막 구축되어 태어난 디지털 세상은 진화를 거듭하더니 이제 스스로 하나의 세상을 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인은 물리적인 세계와 가상의 세계에 번갈아 몸을 담그며 여러 공간에 별도의 계정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 세계, 가상현실로 하여금 그토록 강한 매력을 갖게 했는가?



…사람들 대부분은 일종의 공식적인 사회적인 자아로만 활동합니다.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순간은 빼고, 피드백을 받고 싶은 일정한 순간만을 사람들에게 공유합니다.
(위의 책, p.45)
…인간은 새로운 자극을 추구합니다. … 하지만 성취감을 위한 행동이나 탐험 등에 도전하는 것에는 대부분 위험이 수반되기 마련입니다. … 그러나 VR을 사용하면 도전에 따른 위험을 극단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위의 책, p.57)


  가상 세계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란 누군가의 바람대로 편집되어 있는 가상공간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커스텀마이징이 디테일하게 가능할수록 더 많은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소비자는 시간을 재미있는 경험과 기억으로 채워 넣을 수 있다면, 지불 의향 안쪽에서 기꺼이 대가를 내려고 한다. 메타버스의 커스텀마이징 툴을 통해 자신의 수요를 만족시키려고 다가오는 이들을 품을 메타버스 플랫폼은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블랙홀과 같다.


  메타버스가 발휘할 마성의 중력이 커스텀마이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없는 것들에도 발을 담글 수 있게 된다. 미지의 영역은 공포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발을 내딛어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모른다'라는 사실과 잠재적 리스크 간의 등식이 깨진다. 메타버스로 사람들은 더욱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뤄주는 가상 세계에 대한 감정적 이끌림도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사람에게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존재한다. 물리적인 현실에서 사람들은 거울 속 모습과 자신의 직업 혹은 일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SNS에 비치는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 심어둔 자신의 새로운 계정은 유리한 점을 뽑아 편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커스텀마이징된 풍경 속에서 이상적인 자신을 내비칠 수 있는 메타버스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유토피아의 대안으로 여겨질 것이다.



미래에 메타버스가 발전하면 재택근무를 진행하면서도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대면 업무도 같이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겁니다. … 시간뿐만 아니라 환경, 비용 등 많은 부문에서 이득을 가져다줄 겁니다.
(위의 책, p.122)
실시간 3D는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매개체를 제공하므로, 실시간 3D를 도입할수록 다양한 프로세스가 더욱 원활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실제로 실시간 3D를 사용하는 기업의 90%는 부서 간 협업을 지원하는 데 실시간 3D가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합니다.
(위의 책, p.237)


  메타버스의 도래는 물리적 제약과 위험 부담의 벽을 동시에 허물어버린다. 대량의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는 인프라와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급된 곳이라면 원거리에서의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며,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협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메타버스의 대형화가 어우러진다면 우리는 지금과 굉장히 다른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AI가 탑재된 자율주행 자동차 안에서 자신이 세팅해 둔 음악 리스트를 재생한 채로, 출퇴근 시간에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면? 관공서와 법원을 거치지도 않고 AI가 안내하는 앱을 통해 발급한 전자 문서를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면? 몸을 움직일 필요도 없이 여러 가지 행동을 필요로 했던 많은 일들을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일상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할 기회를 줄 것이 분명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또 다른 세계라는 사업 영역을 마련한 것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 직원의 능률 향상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난 협업과 VR을 통한 시뮬레이션 기법이 이전보다 창조적이고 과감하면서도 시행착오가 적은 경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와 초월적인 AI 계산 능력의 결합은 메타버스를 거들어 프로젝트의 안전성, 수요 적합성, 신속성을 강화해 기업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흔히 가상세계 메타버스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6G 통신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삼성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6G 네트워크는 빠르면 2028년 즈음에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삼성전자에서는 또 6G 네트워크는 약 5천억 개에 달하는 장치를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의 책, p. 242)


  상기한 것처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메타버스와 함께 하는 미래란, 수없이 교차하는 네트워크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성 현실 세계와 인터넷 상에서 펼쳐지는 가상 세계의 공존일 것이다. 엄청난 데이터 전송 속도를 지닌 6G를 바탕으로 전자기기 사이에서 수많은 타입의 정보가 오갈 것이고, 문명의 이기를 지탱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진보한 기술이 만들어낸 인프라가 우리 주변에 배치될 것이다.

  

  아직까지 인류는 가상 세계 쪽으로 더 무게추가 기울어진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 실제 내재 가치가 없는 종이에 사회경제적 합의를 담아 화폐를 만들어내고,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없는 돈을 새로 만들어내는' 지급준비금 개념까지 만든 전례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 세계의 작동을 돕기 위한 발명이었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을 투입하여 인프라를 만들고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가상 세계의 지위를 물리적 현실 이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역사의 주 무대가 바뀔지도 모르는 분기점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약 600년 전, 서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해줄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다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그것으로 인해 유럽에서 막대한 자본 축적이 시작되었고, 이는 서구에서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촉발하게 한 근원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500여 년이 지난 지금, 기술의 엄청난 진보와 만족을 모르는 많은 이들의 부푼 욕망은 신세계 메타버스를 만들었다. 격변하는 세상에 맞는 새로운 욕구를 해소해 주고 자본의 흐름을 바꿔줄 새 무대의 개막은, 어쩌면 신대륙 발견만큼의 역사적 파급력을 만들지도 모른다.


  혹자는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글쓴이가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미개발 지역으로 뛰어들 기회가 주어진 세상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신 기술의 결집으로 우리는 아무런 수고로움 없이, 물리적 제약을 풀어주고 리스크 부담 없이 도전을 할 수 있게 하는 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를 따라 교차하는 수많은 욕구와 자본의 활발한 움직임 속에서 모두가 경제적 이익 창출을 노려볼 수 있다. 포화 상태인 현실보다 가상 세계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활동 무대를 옮기지 않을까.



혹시 여러분들이 과거 인터넷과 스마트폰 혁명기에 관련 기업들이 비상하는 것을 바라만 봤다면, 지금 메타버스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업계 표준에 대한 전쟁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스마트폰이 혁명이라면 메타버스는 새로운 문명입니다. 그만큼 세상이 더 많이 변할 겁니다.
(위의 책, p.188)


  지금 메타버스의 상태는 유럽인이 처음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딛었을 때와 유사하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세상은 이미 다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수천 년간 원주민들의 터전에 머물러 있던 아메리카에서는 300여 년 뒤 가장 역동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과거에 미지의 신대륙이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을 품고 있다. 이는 저자의 메시지를 가볍게 넘겨들을 수 없는 이유다. 신세계 메타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 같은 역사적 궤도를 만들 포텐셜이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에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광활한 영역이 남아 있다. 무주지의 선점을 놓고 거대 기업들이 끊임없이 혈투를 벌일 것이며, 새로운 활동과 컨텐츠 그리고 수입원을 찾는 이들도 곧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무한한 기회의 땅을 동경해 온 많은 이들에게 엘도라도가 되어줄 메타버스는, 그들과 함께 언제든 폭발적으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신대륙을 넘은 신세계, 메타버스가 온다. 누가 도화선에 불을 언제 어떻게 붙일지는 알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세계가 혼재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마음의 준비를 해 두고, 달라져 갈 세상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아야 한다.





  글쓴이가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표지 안에서 발견한 것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세상의 변화상이었다. 중세 즈음에서 생겨난 역사의 변곡점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경제사를 통해 몇 번이고 접해본 글쓴이는 메타버스의 잠재적 파괴력을 가늠하고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류사의 첫 신세계인 메타버스. 그 속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편집하고, 심지어 원하는 영역에서만 활동함으로써 보이는 세상마저 커스텀마이징할 수 있다. 물리적 제약에 묶인 판타지의 현실화에 대한 강렬한 흡인력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메타버스로 향하게 할 것이다. 열린 기회의 땅에서 갖가지 찬스를 마다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완고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기술의 힘으로 족쇄에서 풀려난 가상 세계는 이제 세상의 핵심 플랫폼을 디지털로 옮기는 희대의 역전극 위 출발선에 서 있다.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할 기술과 수없이 많은 참가자들의 손에서 나올 자본이 만들어 낼 시대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미래를 상상하고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격랑의 움직임을 읽고 그 급류를 타서 쾌속 전진을 할 것일지, 아니면 그 힘에 떠밀려 운명에 몸을 맡길 것일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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