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이 담은 사회의 무거운 과제
요즘 우리는 성공을 청교도들이 구원을 바라보던 방식과 비슷하게 본다. 행운이나 은총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노력과 분투로 얻은 성과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 윤리의 핵심이다. … 내가 많은 세속적 재화(소득과 재산, 권력과 명예)를 손에 넣는 데 스스로 책임이 있다면, 그러한 '취득의 자격'이 있을 것이다. 성공은 미덕의 증표다.
(마이클 샌델 著 『공정하다는 착각』, 와이즈베리, p.105)
싱어의 부정 입학 서비스 요금은 결코 싸지 않았다. 어느 유수 로펌 회장은 싱어의 돈을 받은 센터 감독관이 딸의 대입 시험 성적을 알맞게 조작해 주는 대가로 7만 5,000달러를 냈다. 어느 가족은 싱어에게 120만 달러를 주고 그 집 딸이 축구 특기생으로 예일대에 들어가게끔 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축구를 해본 적도 없었다.
(위의 책, p.28)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의 모험적이고 탐욕적인 행동이 세계 경제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갔다. 세금을 털어서 막대한 구제금융이 동원되었다. … 그러나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은 얼마 뒤 스스로에게 수백억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어떻게 그토록 후할 수 있었으냐고 질문받자, 골드만삭스의 CEO였던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위의 책, p.81)
…하이에크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게 아닌 생득적 능력에 따라 소득을 얻는다는 관념에 반대했다. 또한 그것은 수요와 공급의 우연성에 의존한다고도 했다. 내가 가진 재능이 희귀한지 흔해빠졌는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시장에서 갖는 위치에 따라 나의 소득은 결정된다.
(위의 책, p.220)
승자에 대한 보상은 어디까지로 규정되어야 하는가?
패자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우리가 성공하면 우리가 잘한 덕이며, 실패하면 우리가 잘못한 탓이다. 사기를 올려주는 말 같지만, 개인 책임에 대한 집요한 강조는 우리 시대의 불평등 상승 추세에 대응할 연대 의식이나 연대 책임을 떠올리기 어렵게 한다.
(위의 책, p.287)
능력주의의 함정에 대한 고찰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영구적인 공존 가능성에 대한 거대한 질문으로 직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