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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Jan 24. 2022

전기차 시대의 여명에서 바라본 미래

훗날의 미리보기,『차이나 모빌리티 2030』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2021년,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공급으로 자산시장이 달아오르자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시장에 흘러든 유동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격의 급등세에 자극을 받은 '패닉 바잉'이 맞물리며 전국의 집값이 크게 뛰었다.


  주식 시장에서도 1년 반 동안 급등세가 연출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증시의 강력한 견인차 노릇을 한 것이 바로 2차 전지 테마였다. 자동차 배터리 양극재를 다루는 회사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시세가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배터리를 구성하는 음극재나 분리막 등을 제조하는 회사의 주가 역시 시장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으며 껑충 뛰어올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중심의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고, 각국의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의 전환에 의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어 전기차 관련 회사의 주가가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가 냉소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서 예정된 전기차 시대의 도래 시나리오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반된 평가가 더 격하게 부딪힐수록, 우리는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누빌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곰곰이 예측해 보아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2017년을 정점으로 뚜렷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 전 세계에 걸쳐서 도시 거주 인구가 증가하고 교통 정체가 심화되면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대중교통이나 차량공유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차장에 세워두는 자동차를 굳이 소유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윤재웅 著 『차이나 모빌리티 2030』(e북), 미래의 창,
part1-1 '피크 쇼크에 직면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중에서)


  환경 보호라는 대의명분과 많은 도시인들의 형편, 덩치 큰 국가들의 산업 경쟁의 결합은 전기차의 등장을 역사적 필연으로 만들었다.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문명을 움직여 온 근현대에 문명의 모터뿐 아니라 삶의 터전인 지구가 같이 달아오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 인간은, 21세기 들어 환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에너지원인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우선적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석유를 가장 많이 쓰는 자동차의 에너지원 교체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대의라도 행동을 유발하는 유인이 부족하면 실현이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는 확실한 시장 수요라는 강력한 동인이 존재한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계속 늘어나는 도시 인구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교통 체증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으며, 젊은이들은 더 이상 교통 정체와 비싼 구입 비용을 감내하면서 차를 구입하고 싶지 않아 한다.


  중국이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전기차 산업은 앞으로 적용될 강력한 환경 규제의 부담을 줄이면서, 젊은 도시인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탁월한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전기차를 낙점한 중국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자원부터 차체 생산 업체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공급망을 확보하여, 블루오션에 뛰어들었다. 산업의 라이벌이자 정치적으로 중국과 알력을 빚고 있는 구미의 많은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합류하며 경쟁이 격화할수록, 전기차로의 시대적 전환은 가속 일로를 걷게 되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출시된 이후에 내외부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하드웨어적인 옵션이 추가된 부분 변경 모델이 나오면서 상품성이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비해 커넥티드카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버전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듯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주행거리를 늘리고, 탑승자가 선호하는 인포테인먼트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위의 책, part 1-2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바뀐다' 중에서)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차량을 지속적 '소유'가 아닌 불연속적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전만큼 많은 차를 판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예상 판매 대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전기차 시장에 많은 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차를 통해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차는 비싼 값을 지불해서 사도 운전자가 탑승해서 운전을 하는 순간 값어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각종 디스플레이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면, 그 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여러 가지 부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차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면, 도시인들이 가진 차에 대한 고민을 둘 다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보유한 차에 요금을 내고 자율주행차에 탑승해, 핸들을 잡고 앞만 바라보는 대신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 기능의 80% 이상이 전화통화와 무관한 것처럼
앞으로 자동차도 기능의 80%가 운송과 관련이 없어질 것이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가 대체하는 변화는 친환경이라는 대의를 지키면서, 시장의 잠재적 소비자와 생산자의 실리를 절묘하게 충족시켜야 하는 난제에 대한 명쾌한 답이다. 알리바바의 전 회장 마윈이 6년 전에 언급했다고 하는 저 말처럼, 앞으로 자동차의 부가가치는 이동수단 이외의 것에서 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신차가 중고차가 되는 것은 다기능 전기차에 유의미한 가치의 훼손을 가하지 못한다. 기업과 소비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전기차가 출현하면, 기업은 초기 구입 비용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비용만 감당하면 한 대의 차량으로부터 여러 소비자의 이용 요금을 계속 받아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지 않더라도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원하는 곳에 안전히 도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동하는 시간마저 유익하게(혹은 즐겁게)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모빌리티 산업은 기계적인 장치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중시되는 서비스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큰데, 이는 기존 완성차 업체보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훨씬 잘하는 분야다. 승객의 이동 경로와 결제 내역, 콘텐츠 소비, 교통신호 등 다른 IT 기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위의 책, part 2-4 '차이나 모빌리티의 차별화 포인트는' 중에서)


  이러한 변화가 '소유'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로의 대전환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무언가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소유의 본질적인 가치를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유주는 자동차 한 대로 이전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전기차가 소프트웨어를 싣는 수준을 넘어 자율주행차라는 최종 형태로 진화한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내는 지금과 달리 차가 고객을 태우기 위해 도로를 쉬지 않고 달리면서 택시 기사가 요금을 받는 것처럼 계속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자본의 잠재적인 수익 창출 가능성이 확장되는 시대적 흐름을 내포하고 있다.


  이용자는 지불 용의만큼 요금을 내고 이동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지만, 소유주는 그 권리를 소비자에 주는 대신 어떤 서비스와 재화로도 교환이 가능한 '돈'을 얻는다. 또한 전자가 권리를 획득하는 데에는 예산상 분명한 제약이 존재하지만, 후자는 초기 비용을 커버할 수 있으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챙길 수 있는 수익에 한계가 없다. 소유의 필요성이 옅어진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소유의 위력이 커지는 셈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의 과도기에서 자율주행차 시대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소비자는 점점 차를 사야 할 필요, 운전에 관여할 필요에서 멀어질 것이며 그러한 편의를 누리고 그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대가로 필요할 때마다 돈을 내게 될 것이다. 자본을 소유하지 않은 개인은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자유롭게 누리며 이동 시간을 새로운 잠재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고, 자본의 소유주는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창출하는 사회. 크게 보면 돈을 주고 소중한 시간을 사는 사회가 펼쳐지지 않을까? 



…알리바바는 자금 제공과 함께 전자상거래를 통해 축적한 물류 및 모빌리티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오토엑스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사업 영역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O2O, 핀테크 부문의 스타트업이 플랫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서 고속성장한 사례가 모빌리티 부문에서도 재현되는 것이다.
(위의 책, part 3-10 '혁신 스타트업, 모빌리티 레볼루션을 이끌다' 중에서)


  중국 사업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시대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전기차의 진가를 알아보고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내린 덕에, 현재 많은 부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철저한 계획 아래 배터리 양극재 및 음극재에 제조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흑연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놓았으며, 적극적인 투자를 받은 닝더스다이(CATL)는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이다. 또한, 본문에 언급된 오토X는 이미 작년에 선전에서 완전 자율주행 택시 영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시장의 각축전은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전개를 앞당길 것이다. 이미 놀라울 정도의 진전을 보이는 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하드웨어부터 자율주행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고루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테슬라, 배터리를 임대 서비스로 제공하고 차체를 분리해서 판매하는 니오(본서 part 3-8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 전기차 삼총사' 참고),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인 토요타는 기술 전쟁의 치열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때마다 새로운 시대는 한 발짝씩 성큼 다가온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들이 거리를 메우는 세상. 운전에 집중하느라 차에서 피로감을 더할 필요가 없는 세상. 그리고 출퇴근하며 못다 한 일을 처리하거나, 보다 말았던 컨텐츠를 이어보며 시간을 더욱 압축적으로 활용하는 세상. 바야흐로 2022년은 전기차가 바꿔놓을 미래를 상상하며, 다가올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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