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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Feb 16. 2022

NFT, 그 동전의 양면에 대하여

『NFT 레볼루션』&『NFT 사용설명서』를 통해 바라본 신(新) 시장

  2021년을 달군 이슈는 주로 팬데믹을 거치며 뜨겁게 타오른 자산시장이었다. 급등을 거듭하는 집값과 천장을 모르고 솟아오르는 S&P 500 지수는 수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이른 타이밍에 시장에 진입한 이들의 재산을 큰 폭으로 불려 주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역습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뿌려진 거대한 유동성의 파도가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그치지 않고 코인 시장에도 밀려들었다.


  코인과 비슷한 타이밍에 큰 유명세를 얻은 또 하나의 시장이 바로 NFT였다. 소수의 플레이어만 활동하던 시장이 점점 거래량이 커지면서 활기를 더하기 시작했고, 기념비적인 거액의 NFT 거래가 여러 차례 성사되며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모두의 눈에 노출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만큼, NFT와 NFT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혹자는 몇백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오가는 NFT 거래를 보고 '실존하지도 않는 데이터 조각에 거액을 지불하는 미친 짓'이라 평가하며, 누군가는 그것을 '개인의 취향에 꼭 맞는 상품에 대한 적절한 지출 행위'라 보기도 한다.


  NFT는 세상을 바꿀 중요한 혁신일까, 아니면 유동성 과잉이 만들어낸 모래성에 불과한 것일까. 낙관론이나 비관론에 잠기기 전에, NFT 열풍을 해석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는 뜻의 NFT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고유한 디지털 수집품'이라는 점을 설명하기에 앞서 '수집품'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들의 수집에 대한 욕망이 NFT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맷 포트나우·큐해리슨 테리 著 『NFT 사용설명서(e북)』, 여의도책방,
챕터 'NFT의 기본 개념' 중에서)
미술계의 숨겨진 비밀은 위조 문제가 수 세기 동안 미술계를 어지럽혀왔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FAEI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는 미술품의 50%…가 위작이거나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속인 것이라고 한다.
(위의 책, 챕터 'NFT는 가치가 있을까' 중에서)


  NFT는 창작자, 소유권 등의 정보가 블록체인에 담긴 디지털 아이템이다. 임의적으로 수정이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대상에 고유 번호가 따라붙는 블록체인 기술의 강점을 살려,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유일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것이 잘 와닿지 않을 사람도 있겠으나,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개념이 획기적으로 다가온다. 자신들이 고심 끝에 만들어 낸 작품이 악의적인 타인에 의해 위조, 변조될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으며, 작품이 유명해져 복제품이 판을 치게 됐을 때도 원작자가 자신임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절, 위조와 같은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썩는 창작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예술품의 구매자도 작품이 위작일 것이라는 의심 없이 자신이 부르고 싶은 가격을 안심하고 제시할 수 있다. NFT가 어떠한 관점에서 해석되어도 기본적인 의의를 가지는 이유가 이곳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기존 시장의 허점을 메워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아트 및 수집품 시장을 새롭게 여는 것 외에도, NFT는 지속적 로열티 기능을 통해 작가나 창작자들이 그들의 작품이 미래에 거래될 때에도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위의 책, 챕터 'NFT는 가치가 있을까' 중에서)


  그뿐 아니라 NFT 거래는 마켓플레이스에서 로열티 기능을 활용하여, 창작자가 소유권을 구매자에 이전한 뒤에 소유자가 다시 바뀌어도 거래액의 일정 비율을 가져올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창작자의 기대 수익을 확대하는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은 창작자의 컨텐츠 개발 욕구를 자극하는 훌륭한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인기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낼수록 개별 거래에 붙는 가격이 큰 데다,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욕망으로 인해 거래 횟수도 증가한다. 인기작 하나만 만들어도 최초 거래 수입뿐 아니라 추후 거래액에 따른 로열티를 지속적으로 받아낼 수 있다. 창작 행위에 대한 보상이 일회적인 임금이 아니라, 임대 자본 소득의 성격으로 전환되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는 자본 개념의 범위 및 자본의 수익 창출 가능성이 동시에 확장되고 있는 중요한 시대적 흐름을 암시하고 있다.


  NFT 마켓의 활성화로 구매자 역시 소유자와 대면하지 않고도 작품을 거래할 수 있으며, 시장의 주목도가 변화함에 따라 시세가 올랐을 때 거래 차익을 볼 수 있다는 메리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블록체인 상에 있는 작품은 감가상각이 존재하지 않으며, 변조의 위험도 피할 수 있다. 이는 깊은 인상을 준 창작물을 정당하게 사들여, 소중한 기억과 경험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하는 수집가들의 욕구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자신의 창작 행위에 대해 잠재적으로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게 된 크리에이터와, 보다 편한 거래로 소중한 경험을 간직할 수 있는 권리를 돈만 주면 얻을 수 있게 된 바이어들의 만남. 수요와 공급이 완벽히 매칭되며 탄생한 NFT 시장에서 거액이 오가는 이유에 수긍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작품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실물 작품을 NFT화하여 거래하는 사례는 이미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무런 권한 없이 타인의 실물 작품을 NFT화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문제 된다.
(성소라·롤프 회퍼·스콧 맥러플린 著 『NFT 레볼루션(e북)』, 더퀘스트,
챕터 'NFT 관련 법적 쟁점에 관한 Q&A 중에서)


  소유권이 정의되지 않은 대상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소유권을 부여함으로써 대상이 상품화하여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으며, 대상이 아니더라도 그와 관련한 권리를 사고팔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유권에 대한 체계적인 규정이 없으면 도리어 이해관계자의 권리가 훼손되는 불상사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창작물을 NFT화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창작자가 최초 소유자임을 완벽하게 증명하지는 못한다. 이미 네트워크 상에 올라와 있는 다른 이의 창작물을 누군가가 NFT로 만들면, NFT화를 한 이를 창작자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노려 이익을 편취하려는 시도를 현 상황에서는 봉쇄할 수가 없어, NFT 거래로 발생하는 일련의 수익에 관한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블록체인의 불가역적 특성으로 인해 오히려 곤란함이 생기는 것이다.


  NFT는 새롭게 떠오른 시장으로, 기존의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면 어디서든 빈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하루에도 수천만 달러가 오가는 NFT 시장에서, 이득에 혈안이 된 이들이 제도적 허점을 놓치지 않고 남의 이익을 편취하려 비도덕적 행위를 서슴지 않을 동기가 있다. 자유시장의 은혜는 제도적 안정성이 보장되었을 때에만 담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NFT 가격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창작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아티스트들에게 전례 없는 수익화의 활로를 열어주었지만, 일반인의 관점에선 넘지 못할 진입 장벽이 세워지는 꼴이었다.
(위의 책, 챕터 'NFT 제작 성공 사례' 중에서) 


  NFT가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대상이 아니지만, 그것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큰돈이 오갈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현실의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사람들이 게임 캐릭터를 강화해줄 아이템을 선뜻 구매하면서 거대한 규모의 게임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충족해 줄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자유 시장은 늘 잔혹한 이면을 갖고 있는 법이다. 시장 가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얼마나 강하게 사로잡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300만 팔로워를 거느린 SNS 스타가 별다른 의미 없이 투고한 낙서 NFT의 시장 가치가, 자신이 1주일 동안 고심을 거듭해 만든 하이퀄리티의 그림 NFT보다 높게 잡히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지불 용의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누구나 지속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NFT 시장의 매력이다. 거액이 오가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낮춰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언제나 괴리가 있다. 무수히 많은 공급자가 경합하는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차별화를 두는 것은 어려우며, 결국 네임밸류만으로 차별화가 가능한 인플루언서들이 새로운 시장에서도 대부분의 수익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


  유명한 이들의 성공담과 어려움에 놓인 이들의 실패 스토리가 연장되어,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이 하나 더 추가된 것으로 판명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다수의 참여자에게 더 큰 좌절을 안겨주는 미래가 온다고 하더라도, NFT가 더 나은 세상을 가져다준 혁신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NFT는 탈중앙화 시스템의 장점도 누릴 수 있다. …단일 통제기관이 존재하는 경우 은행은 정부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동시에 데이터베이스 및 데이터베이스의 관리 운영 방침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는다. … 탈중앙화 시스템에서는 통제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거래는 같은 방법으로 검증되고 처리되며 통제기관의 변덕에 휘둘릴 일도 없다.
(『NFT 사용설명서(e북)』, 챕터 'NFT는 가치가 있을까' 중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넓게 보면 중앙집중화 시스템에서의 탈피를 추구하는 움직임의 동력원이다. 편의와 안정성을 제공하는 중개자를 자처하며 그 대가로 수수료와 데이터를 요구하는 은행은 블록체인 경제에서 필요하지 않다. 블록체인을 자의적으로 편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적합한 제도들은 기존 시스템에 있는 제도와 다르기 때문에, 정부의 영향력마저도 제한된다. 태생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세상의 축을 이동시킬 잠재력을 가진 것이다. 블록체인과 엮여 있는 NFT 역시 마찬가지이다.


  NFT 시장이 가진 흡인력은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들의 진입을 유도할 것이다. 기존 시장에서보다 더 많은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는 공급자들은 NFT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이미 많은 돈이 오가는 시장의 활력은 잠재적으로 더 넓은 수요층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NFT는 보다 광범위한 대상에 소유권을 부여하고, 대상에 대한 유연한 거래를 가능하게 해 줄 도구로 자유시장의 고도화를 이끌 수 있는 매개임에 틀림없다. 더 많은 상품을 더 낮은 거래비용으로 오가게 하는 것은 자유시장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이론적인 의의를 제쳐 두고 NFT가 발전적인 혁신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NFT 시장에 최적화한 제도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에는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 또한, 물리적 실체가 없는 데이터 조각, 소유권은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으나 누구나 마음껏 보고 들을 수는 있는 디지털 파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직 많다.


  NFT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모두 일리가 있다. NFT 시장은 개념이 신선한 만큼 기존 체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강한 이질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손잡은 이상 기존 시스템과 필연적으로 알력을 형성할 운명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NFT가 갖가지 장애물을 극복하고 사회와 경제 속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지금 시장 밖에 있는 이들에게도 가치가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질서 있는 시장 속에서 효율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 난제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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