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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Feb 20. 2022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프런트러너들이 만들어가는 비즈니스의 물결

  문명의 모습이 지금과 같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놀랄 만큼 발전한 기술 덕분이다. 중세 이후 서구에서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그 위에 산업혁명의 역사가 덧씌워진 뒤로, 기술의 진보 속도는 가속 일로를 걸어왔다. 그 결과로 2022년 현재 소비자들은 핸드폰 하나로 통화부터 송금, 택시 호출까지 해낼 수 있으며, 생산자들은 나노미터 단위의 극세 공정을 통해 그 핸드폰의 모든 기능들을 수행할 작은 칩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생각해볼수록 경이로운 수준의 편리함은 대체로 파괴적 혁신을 거듭해 온 유수의 기업으로부터 제공되고 있다. 애플워치에 있는 헬스케어 기능을 통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대략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으며, 여러 명이 문서 작업을 할 때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구글 독스를 이용해 팀플레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흔히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로 불리는 네 기업을 필두로 한 거대 기업들이 오늘날 그토록 이름을 날리고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기술력을 통해 나름대로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미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들이 보여줄 다음 스텝은 과연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




구글은 이제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꾸려고 할까? 지금까지 구글의 메인 사업은 '검색'이었지만 이제는 검색 자체가 불필요한 상태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검색하기도 전에 원하는 것을 제시해준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지금 구글은 그런 '검색 전'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야마모토 야스마사 著 『빅테크 미래보고서 2025』, 반니, p.36)


  네트워크 상에서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중요성을 꿰뚫어 보고, 과감하게 시장에 진출해 검색 포털 시장의 압도적인 강자로 떠오른 역사를 가진 기업이 구글이다. 그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구글이 메인 사업인 검색이 불필요한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이 모순처럼 다가올 수 있다.


  찾고 싶어 하는 것을 굳이 사이트 곳곳을 뒤질 필요 없이 AI 추천으로 바로 볼 수 있게 된다면, 소비자는 이전보다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아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더 큰 고마움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전보다 더 구글을 신뢰하게 된 소비자들이 검색과 연결된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이는 결국 구글의 더 큰 수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일견 모순처럼 보이는 전략은, 사실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그동안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윤 극대화 모델의 실행에 해당한다.


  '검색의 필요'를 구글이 제거하려고 한다는 말에는 또 다른 함의가 있다. 기술이 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데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수단이며, 그것은 곧 기술의 덕으로 사람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뜻한다. 구글은 사람들이 귀찮아하고 불편해하는 것을 캐치해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사의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구글에 대한 소비자의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의 데이터 취득 방법은 대담하다. 거리를 달리고 있는 약 100만 대의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나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얻고 있으니까. … 100만 대의 차량에서 데이터가 끊임없이 쌓이는 덕분에 일반 자동차업체라면 한두 곳쯤은 있을 법한, 테스트용 코스 자체가 테슬라에는 아예 없다. 굳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의 책, p.213)


  구글이 계획하고 있는 자동 추천 알고리즘, 그리고 테슬라의 궁극적 목표인 자율주행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상기했듯이 소비자가 시간이나 비용을 들여 어떤 행위를 할 필요를 없애줄 수 있으며, 동시에 소비자가 돈과 데이터를 모두 지속적으로 제공하도록 만들 프로젝트라는 사실이다.


  사용자가 검색하기도 전에 AI가 추천 목록을 띄우고, 테슬라 브랜드의 자동차가 도심의 거리를 운전자 없이 주행하려면 상황에 맞게 결과값을 도출할 수 있는 기계적인 논리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기존 고객들의 행동을 갖가지 형태의 데이터로 수집해, 그것을 기계 학습 논리의 바탕으로 삼는다. 기계가 학습을 거듭할수록 제품과 서비스는 스마트해지며,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들에 매료된다. 고객들의 의존도가 충분히 높아졌을 때 유료화가 적용되면, 회사는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된다.


  주위에서 이 방식이 적용된 일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튜브는 최근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데다 백그라운드 재생까지 가능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를 애용하던 이들은 무료 체험판을 경험하는 동안 끊기지 않는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권리에 매료되어, 월 1만 원 정도를 지불하는 선택을 했다. 신기술로 편의를 제공받으면 소비자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회사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편의에 가격이 붙으면 그들이 넘기는 데이터와 돈이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해줄 기술의 고도화에 이용되는 구조다.



와인과 위스키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여 오래 재워둘수록 맛이 깊어지는데 글리프는 이러한 숙성 기간을 테크놀로지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 글리프도 임파서블 푸드처럼 30년산 위스키를 단 30분 만에 제조한다면 몇 년 후 임파서블 푸드 같은 회사로 둔갑해 있을지도 모른다.
(위의 책, p.78)


  물론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이상적인 순환 구조를 가동하려면, 우선 소비자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유사한 제품이 무수히 많은 자유 시장에서 소비자가 자사에게 돈을 지불하게 만들기 위해, 일류 기업들이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경험을 통한 프리미엄화 전략이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이 외출하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를 편하게 누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기업들도 그러한 니즈를 충족시켜 줄 시스템을 마련해 왔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오프라인 영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들마저 밖으로 나오고 싶게 할 만큼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는 얻기 힘든 생생함을 선사할 수 있어야 소비자가 시간과 돈을 소모해서라도 현장을 찾을 유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리프가 숙성을 인위적으로 가속하여 깊은 맛을 가진 와인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싼값에 50년 된 것과 흡사한 풍미를 가진 와인을 맛보는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기업이 가진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값진 경험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어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발길을 이끄는 것이다.



피자 체인점인 피자헛과 도요타 자동차는 주행 중에 피자를 자동으로 굽는 자동차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다. 만약 실용화된다면 지금보다 배달 시간도 짧아지고 자동으로 구워지기 때문에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 자율 주행이 일반화되면 승객은 운전자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으므로, 특히 장거리를 이동하는 무인 택시라면 차 안에 노래방 기능을 갖추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위의 책, p.172)


  자율주행차의 예시 역시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이라는 하나의 특징만으로는 이끌어낼 수 없는 수요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택시 안에 노래방이나 VR 플레이스테이션이 추가되어 있다면 이전보다 넓은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시간마저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인은 자신의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꺼리며,
가능하면 자신의 시간이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워지기를 원한다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 역시 크게 보면 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을 만한 것을 제공하거나, 혹은 사람들의 시간을 장식해줄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이 두 가지에 관한 답을 도출하는 데에 가장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이들이 모인 그룹이다. 그들은 모든 기기에 네트워크로 연결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내장하여 갈수록 많은 것들을 데이터화할 것이며, AI는 갖가지 데이터를 해석해 고객의 일상에 파고들 것이다. 지금도 삶을 구성하는 선택들은 데이터로 변환되어 기업의 가시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일상과 묶인 데이터와 돈을 받고, 편의와 이벤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는 차량에 컴퓨터를 장착하는 것만으로 자동화 기능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테슬라는 정반대로 컴퓨터에 자동차 바퀴를 달았다고 생각했다. 발상부터가 이렇게 차이를 보이다 보니, 소프트웨어 처리가 대단히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운전석 주변에도 계기판 같은 것도 없고 단지 터치 패널만 있다.
(위의 책, p.74)


  예나 지금이나 비즈니스의 기본은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날카로운 눈과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업 성공에 꼭 필요했던 단계다. 하지만 현대는 과거에 희미했던 데이터 접근성이라는 개념이 활성화하며 수요층의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시대다.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템 특성을 계속 수정할 수 있는 공급자는 그 어느 때보다 수요자의 생각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을 보다 편리하게 쓰고 싶다는 욕구는 전화기에 불과했던 핸드폰을 내비게이션, 은행, 카메라를 겸하는 아이폰과 갤럭시폰으로 진화시켰다. 그리고 최대한 주문한 물건을 빠르게 받고 싶다는 욕구는 아마존의 당일 배송 프라임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소비자들의 호평과 불평, 그리고 선택과 포기가 모두 데이터로 저장되어 기업들의 빠른 피드백으로 이어지고, 거대 기업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빈틈을 잽싸게 메워 간다.


  세계의 초일류 기업들이 밟아온 모든 과정을 착실히 수행한다면, 후발 주자인 벤처 기업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룡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만만한 싸움이 아닐 것이다. 정상에 오른 이들은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경영 전략과 뛰어난 기술로 무장하고 있으며, 그들의 파워는 시대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지 내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우리의 일상과 주변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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