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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Feb 28. 2022

늙어가는 경제, 그래도 기회는 있다

우울한 전망의 이면을 해부한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갈수록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합계출산율, 전례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갈수록 앞당겨지는 국민연금 고갈 예상 시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예상하는 기사 중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들은 드물다. 지금 청년층이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가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팽배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가 늙어가는 페이스다. 초저출산과 맞물려 급격히 인구가 고령화하고 있으며, 21세기 안에 생산가능인구보다도 노인 인구가 많아질 것이라는 암담한 연구 결과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회경제적인 거대한 흐름 앞에 고령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젊은 세대들은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급등에 이어 미래에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에 짓눌려 갈수록 무기력에 젖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밀려오는 파도가 거세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급류에 의해 가진 것을 잃을 것임을 예고하지만, 동시에 다가올 상황을 파악해 미리 대처하는 이들이 새로운 여건 속에서 빛을 보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고령화 속도가 가히 파괴적인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미래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무엇을 통해 미래에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위 이미지는 교보문고 e북 앱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역사적으로 노인은 경험과 지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능률주의가 본격화하면서 기업, 연구기관, 정부 등 모든 분야에서 고령층은 배척되었다. … 노인은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골칫거리이자 나약하고 무능한 존재라는 스토리는 과연 사실일까? … 노령담론에서는 노인을 인간이 아니라 고장 난 존재로 여긴다.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著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e북)』, 비즈니스북스,
챕터 '세상이 상식처럼 여기는 '노령담론'의 함정' 中에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고령화'라는 단어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 이유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젊은이들보다 사회에서 생산 역량이 떨어지며 보살핌이 필요한 대상에 속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노화가 많이 진행된 이들은 신체적 역량이나 빠른 두뇌 회전 등에서 청장년층에 밀리므로 일터에서 발휘할 수 있는 시장 가치 창출 능력이 떨어지지만, 질환이나 부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감당해야 할 비용이 커지기 일쑤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연령층이 팽창한다는 것은 굉장한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느껴진다.


  사회 구성원 중 노인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사회 부양비가 커지고, 따라서 경제적 가치를 주로 생산하는 생산가능인구의 청장년층의 부담이 커진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 과정이 세계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무리 개인과 정부가 노력해 봤자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이것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위기의식이다.


  하지만 절망에 휩싸이면 찾을 수 있는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게 되는 법이다. '나이 든 부모보다 가난한 자녀'라는 말에서 앞으로 축소될 한국 경제의 포텐셜보다는, 앞으로 커져갈 노인 타깃의 시장 규모에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MZ 세대는 젊고 역동적이다. … 그러나 어느 모로 보나 그들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 계층이 아니다. 실제 강한 소비력을 보유하며 무섭게 팽창하는 세대는 따로 있다. 바로 60세 이상이다. 이들은 현재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인구 역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다.
(위의 책, 프롤로그 中에서)


  과거에 비해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느린 경제가 된다고 해서, 모든 영역의 성장이 느려지는 것이 아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시니어 대상의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진다. 더구나 50대 이상의 연령층에 있는 이들은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자산이 축적되어 있어, 같은 인구수의 청년층보다 구매력이 강하다. 단순히 하나의 세대를 타겟팅하고자 한다면, 젊은 세대보다 나이 든 세대를 공략하는 쪽이 잠재적으로 이익 창출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한, 고령자가 기술 변화에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도 뒤집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느끼는 진입장벽을 낮추면, 돈을 주고 누리고 싶었지만 기능을 활용하지 못해 향유할 수 없었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AI 등을 통해 서비스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실현되지 않았던 지불 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메뉴가 다양해 고령자들이 쉽게 원하는 만큼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금융 관련 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AI를 통해 음성 안내와 메뉴 이동 등이 가능해진다면, 시니어들이 폭넓은 금융 상품에 접근하기 쉬워질 것이며 회사는 친절함을 제공한 대가로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자금력이 있는 연령층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그들의 보다 큰 지불 용의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높은 시장성으로 현실화할 것이다.



노년의 질환은 대부분 생활습관 병이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성인들의 유병 기간은 평균 약 17년이라고 한다. 절대 짧은 기간이 아니다. 평균수명은 증가했지만 그에 동반해 유병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위의 책, 챕터 '나이가 들어도 몸은 젊게 유지할 수 있다!' 中에서)


  비단 기업의 이윤 확장을 위해서만 발상을 뒤집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 개개인을 위해서도 시니어 경제의 개척이 불가결하다. 노화를 근본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는 의술 메커니즘이 확립되기 전에는, 평균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 곧 노령 구간의 연장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80세에서 100세로 25% 늘어난다고 해서 청년 구간과 노령 구간이 동등하게 25%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노령 구간만 20년 연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 인구가 늘어난 20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의 신체적·정신적인 능력은 20대에 정점을 맞이하고 그 뒤로는 하향세를 걷는다. 그리하여 60대 이상 구간에 진입하면, 건강 관리를 잘 해온 사람이 아닌 이상 모든 역량이 반감되고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 자신이 쇠약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질병 치료에 매달리는 고통스러운 나날로 인생의 40%를 무기력하게 소진하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 청장년 시기부터 올바른 생활습관을 정립해 나이를 먹어서까지 그것을 유지하고,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계속 접하며 긴 노후를 꾸려나가는 새로운 인생 후반 설계가 필요한 시기가 다가왔다.



시니어 칼리지 온라인 라이브 수업의 인기가 높다. 고령자들의 인터넷 사용 습관에 맞춘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다. 지식, 정보, 엔터테인먼트, 소셜 네트워킹 등 고품질 서비스가 제공된다. 매우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데 10만여 개의 강좌가 무료로 제공된다. … 시니어들은 여기서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도 사귀고 흥미로운 주제를 공유한다.
(위의 책, 챕터 '중국 시니어 인터넷 서비스의 특징과 인기 요인' 中에서)


  '부모보다 가난한 자녀'는 높은 확률로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부모는 노후에 자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팬데믹 이후 더욱 줄어든 세대 간 접촉은 정서적 유대마저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부터 고령층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랫동안 사회적·경제적 불안정을 견뎌내야 한다

  노인의 삶을 일컫는 많은 단어 중 '여생'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한자어로 '남은(餘) 삶(生)'이라는 뜻이다.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귀한 '삶'의 일부를 가리키기에는 말뜻이 상당히 허무하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노령 구간은 더 이상 그저 '의미 있는 삶 뒤에 따라온 나머지'에 불과한 무언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령인 채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청장년 시절에 보냈던 나날처럼 건강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자신이 하루를 살아가는 보람이 느껴지도록 매일을 채워가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많은 고령자가 스스로 하루를 색다르게 꾸미기 위해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이들의 이러한 의향이 고스란히 수요가 되어 또 다른 이의 유사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되고 있다.



생전 장례식은 죽음을 앞둔 자신이 주인공이다. … 가족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이나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이들을 초대한다. … 사후 장례식이 비통함과 눈물 속에서 치러진다면 생전 장례식은 마지막 생일파티처럼 열린다. … 급기야 생전 장례식이 새로운 비즈니스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위의 책, 챕터 '잘 죽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 中에서)
죽기 전에 유품은 내가 정리한다는 개념의 '생전 정리'가 유행이다. 살아 있을 때 주변을 정리하고 갖고 있던 물건을 정리한다는 개념이다. … 거추장스럽지 않게 늙어가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죽는 필수과정으로 꼽히고 있다. …생전 정리 관련 자격증도 생겼다. 자격증 취득자들은 생전 정리를 도와주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다.
(위의 책, 챕터 '아름다운 사람은 죽은 다음도 아름답다' 中에서)

  

  늙음과 죽음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지며,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사회가 점차 고령화하며 생기를 잃어가는 암울한 비유로 해석된다. 하지만 늙음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건강하게 나이를 먹어가며 주위를 차분히 정리한 다음, 가능한 한 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소망이 되고 있다. 태어나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늙어가는 형태와 죽음을 맞이하는 시점만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싶어 하는 바람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의 이러한 소원은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계속 늘어날 고령 인구가 품게 될 '건강한 노화'에 대한 열망은 고령층 헬스케어에 대한 기업들의 발 빠른 대처로 이어지고 있고, 은퇴 이후에도 사회생활과 배움을 유지하고 싶은 소망은 네트워크 플랫폼의 다양화로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노인 인구 비중이 높아질수록, 그들이 가진 바람은 하나하나가 모두 큰 시장성을 가진 아이템이 될 것이다.


  누군가가 나이를 먹어 백발이 된다는 것은, 여태껏 '피부양자' 한 명이 늘어난 것으로서 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에 기름 몇 방울을 들이부은 것처럼 해석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누군가가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며 이전과는 다른 욕구를 가지게 됨으로써,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기기를 만드는 청년과 생전 정리를 언젠가 도와줄 장년의 일감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시장이 생기고, 그곳은 다시
누군가에게 삶을 지탱해줄 터전이 될 것이다

  고령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사회가 맞이한 거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위기의 이면에는 언제나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니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한 발짝만 멀어져도 위기 뒤에 비치는 기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의 파도가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배를 준비해 두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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