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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Mar 02. 2022

유통업계의 신흥 강자, 마켓컬리의 발걸음

그들만의 성공 스토리를 모두에게 납득시키는 『마켓컬리 인사이트』

  팬데믹이 온 세상에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 지난 2년간 지속되며, 많은 사람들이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이 실시되어 자영업자가 심각한 데미지를 받았으며, 회복불능에 달할 만큼 막심한 피해를 입은 케이스도 드물지 않다. 반면 비대면 방식을 통한 거래로 수익을 내는 업체들은 오히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반전시키며, 이들의 성공이 '언택트 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나름대로의 경영 전략과 아이템을 이용하여 눈부신 도약을 이룬 업체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마켓컬리의 성공담은 단연 눈에 띈다. 포화 상태로 여겨졌던 물류 산업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내로라하는 업계 강자들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보하여, 창사한 지 8년도 안 되어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쟁쟁한 경쟁자가 많은 식품 업계, 물류 업계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기업이 이토록 급격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격변을 거듭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그들의 행보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마켓컬리를 시장의 예외적인 존재로 만든 것일까?




[위 이미지는 교보문고 e북 앱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일반적인 유통에서는 유통사의 마진을 기준으로 공급가가 정해진다. …마켓컬리는 다른 유통사와는 반대로 공급 가능한 금액을 생산자에게 물어보는 방식을 취했다. 거기에 유통 및 부대 비용을 고려해 상품 가격을 책정하고 생산자에게 다시 제안했다.
(김난도 著 『마켓컬리 인사이트(e북)』, 다산북스,
챕터 '가격 경쟁력이 아닌 상품 경쟁력의 시대' 中에서)
2015년 5월 21일,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처음으로 10구짜리 달걀 36판을 발주했다. 그때 달걀 36판 때문에 실제로 물류 차를 보내온 것을 보면서 생산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달걀 36판이라고 해봤자 원가가 15만 원인데 담양에서 서울까지의 물류비는 대략 30만 원이었다.
(위의 책, 동일 챕터에서)


  물류비용을 제하고 원하는 만큼 이윤이 나도록 하여 거래 단위로 마진을 얻는 것이 물류업에서는 기본적인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그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업체들이 있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이었던 마켓컬리가 동일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대형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은 생산자들이 얼마나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회사의 미래를 믿고 계약을 해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건을 공급해 줄 생산자를 구하기 위해 마켓컬리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들은 '신선한 식료 조달'이라는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물류 초기 과정에서 기대 이윤의 저하를 받아들였다. 높은 품질의 식재료를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소비자에게 배송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생산자 후보들을 설득했고, 그들에게 하이 퀄리티 식재료 공급에 걸맞은 대가를 제시해 파트너를 확보해 나갔다.


  초기 투자 비용만 해도 상당한 물류 업계에서 스타트업이 마이너스가 추가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궁극적인 목표인 차별화를 위해 필요한 선행 과제에서 더 높은 비용을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옵션을 버리고, 고품질 식재료의 공급 라인을 확립하겠다는 일념으로 유통 마진 창출의 틀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많은 소비자가 제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그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만 작동할 수 있는 구조였다. 마켓컬리가 무엇을 믿고 이러한 시스템을 짠 것일까?



어떤 경로로든 마켓컬리는 고객의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응대가 끝난 이후에도 또 다시 연락을 취해 고객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었고 해결되었는지를 안내하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이를테면 고객의 후기로 인해 상품의 질이 개선되었을 때 해당 후기를 남긴 고객에게도 이 소식을 공유한다.
(위의 책, 챕터 '위기관리 능력이 진짜 실력이다' 中에서)


  신선한 식품 배송을 위해 마켓컬리는 다방면으로 심혈을 기울였다. 안전한 포장부터 적정 온도 유지에 이르기까지, 프리미엄 아이템 제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서 디테일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고도의 관리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좋은 것을 비싸게 사줄' 로열티 높은 소비자가 필요하다.


  마켓컬리의 전략은 연쇄적으로 작용했다. 신선한 재료를 새벽 배송으로 제공받은 소비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입소문을 통해 인지도를 올려주었으며, 배송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인 조치를 보여줌으로써 자사의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키워나갔다. 틈새시장을 정확히 캐치하여 건강을 위해 돈을 조금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층을 빠르게 확보했고, 그들의 로열티를 굳히는 피드백 시스템으로 부수적인 홍보 효과를 얻은 것이다.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전략이 사업체에게는 시간과 비용의 추가적인 소모이며, 소비자에게는 귀찮음을 유발하는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잠재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모든 상황에서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대처를 원칙으로 삼았다. 회사가 책임 있는 경영을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신뢰 유지를 우선시한다는 일관성 있는 철학을 지킨 것이다.

  


…공급사들도 상품을 개선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먼저 의견을 구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은 그것이 불쾌한 간섭이라기보다 그만큼 자기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주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이 품질·스펙·용량 나아가 가격에 이르기까지 유통사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은 필연적이면서도 현명한 현상이라고 판단된다.
(위의 책, 챕터 '더 좋은 상품을 위한 개선' 中에서)


  차별화와 신뢰 구축의 중첩은, 마켓컬리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징검다리로서 유통 과정에 긍정적인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활발한 피드백으로 로열티가 높은 고객의 니즈를 생산자 측에 제시해, 프리미엄이 가미된 상품이 거래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더욱 고급화한 식재료를 공급함으로써 생산자는 기존 대비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돈을 조금 더 얹어서 원하는 상품을 핀포인트로 제공받을 수 있어 이득을 볼 수 있다. 또한, 좀 더 나은 거래를 가능하게 해 준 마켓컬리는 양측으로부터 더 강한 신뢰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생산자가 가격 경쟁력이 높은 물건들을 출하해 소비자가 그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던 과거의 유통 구조와 대조된다.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지금은 많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특징을 지닌 아이템이 무엇인지 분석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정보를 가진 유통업체가 생산자에 피드백을 제공해 소비자의 의향이 반영된 상품 위주로 생산을 재편할 수 있다. 마켓컬리의 방식은 한 업체의 혁신을 넘어, 업계 전반에 새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슬아 대표의 자리는 고객커뮤니케이션팀 담당자들 사이에 섞여 있는데, 처음 온 사람은 어디가 대표 자리이고 어디가 스태프 자리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마저도 김 대표는 지하 3층 회의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회의실만 이 방, 저 방 옮겨 다녀도 하루가 부족하다 보니 '대표이사실'이 따로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위의 책, 챕터 '자율적 시너지를 만드는 네 가지 원칙' 中에서)


  마켓컬리 대표의 자리는 갖가지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부서의 사원들 사이에 있다. 수직적 체계를 가진 회사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완화하는 동시에, 고객이 가감 없이 내놓는 불만 사항을 수뇌부가 빠르게 캐치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마켓컬리는 물류 현장에서도, 회사 내부에서도 익숙함을 거부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증명해 왔다.


  물론 이들이 넘어서야 할 산이 아직 남아 있다. 시장 점유율을 많이 끌어올렸지만 대규모의 설비 투자를 선행한 물류업체임에도 만성적인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식품 배송이라는 사업 자체가 이윤을 확장하기에 한계가 있는 영역이라는 약점이 존재한다.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기본적인 비용을 유의미하게 넘어설 수 있도록 수입을 기록할 또 다른 창구가 필요하다. 때마침 그들은 기존 주 고객인 젊은 여성들의 관심사인 뷰티·경력 개발 등으로 활동 영역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주식시장 상장까지 계획하고 있을 정도로 마켓컬리는 영역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몸집을 적극적으로 불리는 와중에도 그들은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철학만큼은 이어가려 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가성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종합 플랫폼의 완성이며, 브랜드 파워의 강화를 통한 일상으로의 진입이다.


  장기적인 영업 적자는 분명 잠재적인 위협 요소다. 하지만 독창적인 컬러를 유지하기 위해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마켓컬리라면, 새로운 시장에서도 충분히 그들만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이뤄 좀 더 많은 면적에서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게 된다면,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숙원을 해결할 열쇠가 보일 것이다.


  그들에게 고급 식재료 유통은 그저 시작점에 불과하다. 우리는 앞으로 일상 속에서 '컬리'라는 이름이 얼마나 자주 목격되고 귀에 들려오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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