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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Jul 15. 2021

시대의 흐름, '부캐' 육성

『이번 생은 N잡러』가 청춘에게 선사하는 울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직장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직장 생활에서의 염증이 일상으로 번져 살아가는 이유마저 불분명해짐을 체감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의무적으로 제때에 맞춰 직장으로 나가야 하고, 역할이나 상부의 명령에 따라 조직의 일부로서 톱니바퀴처럼 스스로를 가동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끝없이 밀려오는 무기력함으로 인한 매너리즘이 삶을 풍요롭게 가꾸려는 의지를 능가할 위기에 놓이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뉠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남는 시간에 새롭게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어차피 남는 시간에 무언가 아등바등한다고 삶이 바뀌진 않는다'라는 생각에 다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이들의 열망에 부스터를 달아주고, 후자에 해당하는 이들에게는 삶의 의지에 불을 지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승현 작가의 『이번 생은 N잡러』라는 책이다.






  최근에 'N잡러(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가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에 따라 '본캐(직장에서의 자신)' 못지 않게 '부캐(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자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직장에 매여 있는 '본캐'만 바라보고 살기에는 너무나도 지쳐버린 사람들의 심정과 갈수록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제도의 힘으로, '부캐'는 이제 선택에서 필수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을 지탱할 경제력의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만, 금전적인 고민이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면 곧바로 시선은 자기 계발로 넘어간다. 특히 부업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통로가 인터넷을 통해 활짝 열리면서, 자아실현과 부수입을 동시에 일구어 내려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처럼 전문화된 시대에 자신의 재능을 판다는 것은 남에게도 효율적인 일입니다. … 남보다 조금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 '재능 공유'이자 '재능 판매'입니다.
(『이번 생은 N잡러』, 매일경제신문사, p.48)

  

  인류에게 경제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후부터 산출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분업 체계는 늘 존재해 왔다. 다른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에 특화를 해서 가치를 창출하고, 만들어진 가치를 서로 교환하는 것은 경제의 핵심 중 핵심이다. 모든 시장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고, 온라인에서는 '부캐'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창출한 가치들이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돈을 주고 시간을 사는 사람과 시간을 주고 돈을 받는 사람의 만남"


  관련 분야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수요자들이 숙련도가 높은 공급자들에게 금전을 건네고, 의뢰를 받은 사람들은 철저한 커스텀마이징을 통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는 사람은 아득바득 고생하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고민을 돈만 지불함으로써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좋고, 파는 사람은 능력과 경력을 다져나감으로써 자아실현을 함과 동시에 부수입이 따라와서 좋다.


  때로는 돈을, 때로는 시간을 아끼게 해 주는 이 시장의 잠재력은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별도 요청을 통해 디테일한 조율도 가능하므로 소비자는 세부적인 욕구까지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고, 판매자는 꾸준히 활동하면 능력과 인지도를 쌓아 자신의 본업을 능가하는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물론 시장의 평가는 무척이나 냉혹해서 수입의 불확실성이 크다. 하지만 사람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노하우와 능력을 갖춘다면,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낸 만큼 돈을 벌 수가 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피땀을 흘려도 수입의 폭이 제한된 직장의 '본캐'와 노력을 해서 가치를 창출하면 그에 비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의 '부캐'.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고,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은 의욕 있는 젊은이라면 후자의 가능성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정'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도 깊이 각인되어 있는 현대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 개인이 프리랜서가 되어 자신의 재능이나 노하우, 지식, 시간을 파는 곳입니다. … 이러한 재능 판매 시장은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책, p.153)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삶의 새로운 의지를 보태줄 것이라고 위에서 잠깐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본서의 진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어구들로 시장을 정확히 관통하는 색색의 통찰력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온라인의 '긱 이코노미'는 미래 경제의 썸네일"


  미래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손꼽히는 긱 이코노미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는 기간제 소규모 경제 단위의 집합을 일컫는다. 아직까지는 회사에서 고용 기간에 부과된 업무를 수행하며 정해진 임금을 받는 것이 전형적인 경제인의 모습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세계의 노동 시장은 점점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점점 비정규직, 기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의 파편화가 더 진전된다면, 어떤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작업을 하다가 과업이 완료되면 계약을 끝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경제인의 표준이 될 것이다. 역동적인 프리랜서 활동으로 업계의 변화상을 알게 된 저자에게는 이러한 경제의 흐름이 선명히 보였던 셈이다.


  경제의 많은 부분이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고, 노동 시장에서는 지정 좌석 개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본업과 관련된 능력만 갖고 있어서는 곤란해질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질적인 능력으로 실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닥쳐온 자유 경쟁 시장의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갈지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운명으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도래로 여겨질 것이다. 다가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플랫폼의 긱 이코노미에 참가해 새로운 삶의 영역을 개척해 보는 것이 굉장히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글쓴이가 확신하는 이유이다.



… 조금씩 시간을 '확보'하고 잘 '활용'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절약한 시간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시간을 관리해야 합니다.
(위의 책, p.285)


  본서는 약 30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되어 있는데, 한승현 작가는 독자들이 대부분 독서에 피로함에 도달할 무렵에 다시 한번 거대한 울림을 안겨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질 N잡과 그들의 삶이 교차하는 긱 이코노미의 무대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진리인, 시간 관리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어떤 직업에서 무슨 일을 하든, 급여는 단순히 노동의 가치뿐 아니라 소모한 시간의 가치까지 투영해서 판단되어야 한다. 받고 있는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해서 생각을 해보자. 내 1시간의 가치가 고작 이 정도로 평가받아도 괜찮은지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라는 말이 크게 와닿을 것이다. 글쓴이는 실제로 이 한 마디에 굉장한 인상을 받았고, 덕분에 브런치 작가라는 '부캐'로서 활동할 추진력을 충전할 수 있었다.

  

다른 독자들의 심리에 작가의 메시지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확신이 없는 이 땅의 청춘이라면, 용기 있게 미지의 영역으로 출발하여 고지에 도달한 작가의 말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머릿속에 담은 '할 수 있다', '해보고 싶다'가 실천으로 변환되는 순간부터 가치는 창출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직장이라는 좁디좁은 우리에 갇혀만 살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또한, 어딘가의 누군가는 우리가 가진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가보지 않은 곳으로 조금만 자신감을 갖고 매일 조금씩 발을 내딛으면 그곳에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 비로소 우리는 채우지 못했던 삶의 빈 공간을 메워가면서, 선구자가 건넨 메시지의 깊은 잔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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