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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Jul 17. 2021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대한 단상

『AI 최강의 수업』의 수강 후기

  현대 경제의 화두는 기술 발전이다. 이미 동유럽, 남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구 감소 현상에 따라, 향후 발생할 경제적 충격의 효과를 상쇄해 줄 생산성 증대 요소인 기술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기술 혁신에 대한 열망이 워낙 크다 보니 그만큼 막대한 자원이 R&D(연구 개발)에 투자되고 있으며, 폭발적인 기술 발전 속도에 힘입어 현세대에는 이전 세대가 생각하지도 못한 개념이 생겨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 결제, 5G 통신, 전기 자동차, 3D 프린터 등은 대표적인 기술 혁신의 소산이다. 이외에도 예시를 들자면 한도 없이 열거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들 중 인공지능(AI)만큼 우리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자율 운행을 하는 자동차음성 인식을 하는 스피커 등으로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며 인공지능이 앞으로 5년 안에 무엇까지 해낼 수 있을지도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 있다. 하물며 인공지능이 어떻게 해서 마치 사람처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업무를 배울 수 있는지는 더더욱 알고 있지 않다. 글쓴이를 비롯해 인공지능에 관해서는 백지 상태나 다름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 가져 봤을 법한 질문에 대한 KAIST 김진형 교수의 대답이 바로 『AI 최강의 수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위력에 대해 가장 크게 실감했을 때는 아마도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대국이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기사가 AI를 탑재한 기계에 패한 것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계에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입력해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이 재확인되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AI가 가져올 편리함과 AI의 헤아릴 수 없는 잠재력이 동시에 각인되었다.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AI는 빠르게 역량을 강화해 왔고, 어느 새부터 삶의 전 영역에 스며듦과 동시에 어느 분야에서는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초월적인 역량 강화의 비결은 압도적인 데이터 축적을 통한 일반화 과정이다.


기계 학습을 한다는 것은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훈련 데이터 집합을 잘 표현하는 모델을 구하는 것이다.  학습과정의 핵심은 모델의 틀을 미리 설정한 후에 최적의 파라미터값을 구하는 것이다.
(『AI 최강의 수업』, 매일경제신문사, p.150)
인간 두뇌와 신경세포의 작동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학습 및 의사결정 방법론인 인공 신경망 기법은 기계 학습의 범용 알고리즘으로 각광받고 있다.
(위의 책, p.168)

  

    인공지능의 최신 모델은 사람의 뇌신경 구조를 모방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 처리와 논리적 구성에 적합한 메커니즘을 뇌로부터 착안하여, 기계의 특성을 살려 정보 처리 속도를 10만 배로 가속(위의 책, p.169)하는 것으로 단시간에 데이터 축적을 이루어 내는 것이 AI 기술의 핵심이다. 기계는 각종 논리 구조로 데이터에서 아웃라이어를 제거해 선형 관계와 자료 분포를 도출하거나, 많은 훈련으로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해 자료를 범주화해 구분하는 방법 등을 통해 학습을 진행한다.


  이것만 보아도 인공지능이 주로 도맡을 일이 무엇인지를 대략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AI는 거듭된 훈련을 통한 반복적인 행위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에 특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동일 과정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있는 루틴은 사람보다 AI를 투입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심지어 AI는 추가 기능 탑재를 통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가능하므로, 현장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산업계에서 AI가 가지는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교하게 설계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기계가 반복적인 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하여 편의성을 향상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이 정말 필요한 곳에만 하이 스펙의 직원을 고용해 업무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비스 수요자 입장에서는 기계가 단순 업무를 빨리 처리해 줘서 이득이고, 공급자 입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사원들이 더해 주는 역동성으로 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니 이득이다.


  AI가 가진 막대한 가능성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이전보다 더 많은 편리함을 누린다는 것은, 어디선가 사람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과 유사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 2103년이면 인공지능 연구조차 인공지능이 더 잘할 것이라고 예상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결론적으로 40년 후에는 모든 업무 분야의 50%에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의 책, p.72)


  미래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글쓴이 역시 이 대목에 동의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효율화로 가장 먼저 심리적으로 다가올 것은 고용 감소가 아니라 일상 편의의 증대이므로, AI 보급은 큰일이 없는 한 확대일로로 갈 것이다. 고도의 기술 사회에서 기계들과 공존하면서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려면,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거나 그들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불행히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많은 이들이 제대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창의적 사고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창조적 가치 창출을 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코앞에 찾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 시스템은 단순 암기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을 반복해 사회 진출을 할 것을 권하는, 구시대적 인생 양태를 많은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첨단 기술을 누리면서도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없으며, 기술이 열어준 기회를 활용하여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상태에서 산업 전방위에 더 많은 AI가 밀려들어오면 많은 이들이 해고되거나 어쩔 수 없이 단기 계약직을 전전하게 될 것이 뻔하다.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 역시 늘 경계해야 한다. AI가 작동하려면 누적된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 데이터가 사생활과 같은 민감한 부분이면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잠재적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또한, 기계적인 정보 처리의 특성상 돌발 변수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수많은 사람과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세상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경우의 수는 무한히 많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처를 AI에 일임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며, 특히 도덕적 판단이 개입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AI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도 극복하기 힘든 맹점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물결인 AI는 계속 우리 쪽으로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는 그 물결로 더 스릴 있는 서핑을 즐기겠지만, 누군가는 수해를 입을 것이다. 살아남는 법을 체득한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의 혜택을 향유하며 더욱 풍요롭게 살아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을 빼앗아 간 기계들을 저주하며 더욱 피폐하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 교육 시스템이 속히 4C 능력의 배양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으로 혁신되기를 기대한다. 4C는 비판적(Critical) 사고력, 창의력(Creativity), 소통(Communication) 능력, 협동(Cooperation) 능력을 지칭한다.
(위의 책, p.320~321)


  AI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어디까지나 알고리즘을 축으로 작동한다는 한계가 있다. 알고리즘도 결국 인간이 만드는 것이며, 인공지능은 인간이 지시하는 범위 안의 일밖에 할 수 없다. 효율적이고 저렴하지만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기계에 결여된 창조성과 유연한 상황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동적인 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거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시장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금은 기업의 역할이지만, 미래에는 개인에게도 그러한 역할이 부과될 것이다. 지시를 받아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머지않아 기계가 대신해 줄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사람들이 하는 일 대부분이 매뉴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바야흐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창발적으로 가치 창출을 해야 하는 시대다. 글쓰기마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기계는 담아둔 데이터로 만든 레퍼토리 안에서만 작성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도출하는 작업은 기계로 대체하기 어렵다.

  글쓴이가 지향하는 것은 바로 그런 글이다. 많은 이들로부터 얻은 지식과 나름대로의 경험을 축적해 만들어낸 시선으로 세상을 조망하며, 보는 이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사할 수 있는 내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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