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옥 쇼를 다녀온 후>

by 진다르크

인터넷 서치를 하다가 우연히 김창옥 쇼를 예매하게 되었다. 하루 전날, 예전에 처방받은 멜로토닌 약을 먹고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들었다. 강연장은 학동역 인근에 위치하여 집에서도 가까웠다. 회전문을 통과하니 널찍한 로비가 보였다. 일층 오른쪽에는 커피숍이 있었고 정중앙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웨딩홀이 보였다. 3층 공연장을 가려고 비상문을 찾으려 했지만 보이지 않아 다시 일층으로 내려와 탑승기에 올랐다. 같이 탄 일행들이 나와 같은 강연장을 가는 듯했다. 탑승기에 내려 오른쪽으로 도니 가운데 벽면에는 포토존이 배치되어 있었고 모퉁이에는 사연함 봉투가 있었다. 직원에게 이름을 확인하고 종이 팔찌와 생수 한 병을 받았다. 강연장으로 들어가니 많은 좌석들이 관객들로 채워져 있었다. 쾌적한 공기를 맡으며 나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내 옆자리는 커플로 보이는 한 쌍 외에도 부부, 가족, 연인들과 함께 온듯했다. 나는 늘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한지라 덤덤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후기를 말할 사람이 없어 조금 외로운 거 말고는.


약 3년 만이다. 3년 전에도 혼자 김창옥 쇼를 보러 갔었는데 다시 방문해도 여전히 유쾌했다. 김창옥 강사는 강연 시작 전, 간단한 유머스러운 진행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였다. 나는 재치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유머 있는 사람을 볼 때면 신기하고도 늘 부럽다.


첫 번째 사연은 두 아이를 가진 엄마의 사연인데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고 자식들의 걱정과 화병으로 인해 대답을 하는 내내 눈시울이 붉으셨다. 김창옥 강사는 답변자 사연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하고 싶다기보다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강연을 시작했어요. 내가 하는데 자유로운 거. 숫자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을 찾아보세요. 오로지 나를 위해 사셨으면 좋겠어요. 뭐 할 때 좋으세요? 힘든데도 하고 싶은 거. 나의 이름을 찾으세요. 장소, 사람, 일이든 뭐든요. 한살이라도 젊을 때요."

"매번 사랑을 하며 살 수는 없어요. 자식이 십자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죠. 결핍이 에너지가 될 거예요. 결핍을 줘보세요."


강사의 답변의 듣고 나는 문뜩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그래도 나는 글쓰기라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두 번째 사연은 결혼을 앞둔 30대 커플이다. 사연자인 여성분은 남자친구가 무뚝뚝하여 자신에게 애정표현을 많이 안 하는 것이 서운하다고 하였다. 김창옥 강사는 이렇게 답했다.

"부모에게 어릴 적 거부를 당한 적이 있으신가요?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집착을 하는 건 아닐지. 부모에게 못 받은 사랑을 애인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있죠. 혼수, 아파트 준비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나의 내면의 아이를 어루만져 주고 꼭 안아주세요."


타인을 통해 나의 결핍을 볼 수 있다. 타인을 사랑한 건데 나를 알게 되는 것. 결핍 없는 사람은 없다. 나는 항상 나의 내면 아이를 생각한다. 마음 한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주눅 들어 있는 내 어릴 적 아이에게 다가가 말한다. 괜찮아, 힘들었지? 그리고 꼭 안아준다. 애인이 나에게 사랑을 백 프로, 또는 내가 원하는 만큼 줄 수는 없다. 그전에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의 결핍을 바라보자. 연민보다는 결핍을 에너지로 바꾸자.


세 번째 사연은 대기업 임원을 은퇴하시고 무기력해진 남성분의 사연이었다. 명함이 사라지니 자기 자신이 사라진듯하여 매일이 무기력하고 90세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후배들에게, 자식들에게 너희들도 나처럼 되지 말고 90세까지 일할 것들을 찾아봐라 또는 90세까지 뭐 하면서 놀 건지 구상하라며 이야기를 한다고 하신다. 이야기를 묵묵히 들은 김창옥 강사는 이렇게 대꾸했다. 자신은 우주 영상을 즐겨보는데 꼭 쓰임새가 있어서 우리가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지 않아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한다. 우주를 바라보면 모든 것은 찰나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고. 나의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누군가 자신에게 여행을 가라고 하면 자신은 시간 여행을 가고 싶다고. 그래서 부모님이 젊을 때 나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키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마지막으로는 모자지간이었는데 아들이 월급의 80% 가까이를 CD 수집에 소비를 하여 걱정된다는 엄마의 사연이었다. 아들은 가수들의 CD 수집이 유일한 낙이라고. 다른 것에는 일절 소비를 안 한다고 했다.

김창옥 강사는 자신은 예전에 구두 수집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는데 생각해 보니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하였다. 나는 사연자만큼은 아니었지만 공감되는 사연이었다. 나 또한 옷, 화장품 쇼핑에 월급을 탕진하였고 구매하고 입지도 않는 옷들이,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장롱에 쌓여있었다. 지금은 다 버리고 물욕이 줄어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공허하고 외롭고 마음이 불안정한 시기였다. 그래서 추후에는 쇼핑에 미친 여자에 관한 소설을 쓸 예정이다.


김창옥 강사는 답변 내내 유쾌하고 매우 센스 있고 제치스런 대답을 하여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호탕하게 웃는 날이었다. 3일 내내 지속되는 이유 모를 신경통으로 오른쪽 다리도 저리고 졸리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정치 생각을 안 하게 되는 날이어서 마음의 환기가 되었다. '두려움은 이기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면서도 그냥 하라'는 김창옥 강사의 말을 새기며 나는 오늘도 글쓰기를 그냥 한다. 잘하든 못하든 돈이 되는 안되든 꿈을 이루든 안 이루던 오늘도 나는 그냥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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